전문적 자원봉사자 동참을
이명박 정부가 친서민정책의 일환으로 무담보 소액대출 서민은행인 미소(美少) 금융재단을 출범시켰다. 재단 산하에 6개 대기업 및 5대 시중은행이 운영하는 기업지점과 20∼30개의 지역별 미소지점이 있으며 10년간 2조 원을 재원으로 하는 한국형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을 거국적으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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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마이크로크레디트와 같은 사회적 기업의 성공 요인은 돈이 아니라 ‘섬기는 전문적 자원봉사’에 있다. 유누스는 물론이고 파키스탄 여성 수십만 명의 빈곤 탈출을 도운 전직 경제학자 자파르, 예일대 로스쿨 출신으로 고위공직을 내려놓고 사회적 헌신자를 돕기 위해 한평생을 바친 미국 아쇼카재단의 빌 드레이턴 등 성공적인 사회적 기업 최고경영자(CEO)는 모두 커리어를 걸고 세상을 변혁하는 데 몰입한 전업봉사자다. 신용등급에 따른 제도권 금리보다 훨씬 낮은 연 4∼5%의 금리로 대출하면서도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서민은행 CEO의 전적인 헌신에 감동받은 전문적 자원봉사가 필수다. 부업이나 명예직 CEO로는 감동이 일어날 수 없다.
둘째,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민간이 잘하도록 독려하기 위해 세제나 금융 등의 인센티브를 제도화하는 선도(crowding-in) 역할에 그쳐야 한다. 강제적 간섭이나 획일화 조치는 민간이 동정과 공감(compassion)에 따라 약자를 돕고자 하는 자생적 은혜(grace)를 앗아갈 수 있는 구축(crowding-out) 효과를 초래한다. 사회적 기업에서는 최악의 결과다. 남을 돕는 감동이 은혜로 연결될 때 나눔 승수가 커진다.
따라서 미소금융재단은 제도적 인센티브를 지원하고 거국적 네트워크를 조성하는 것으로서만 기능하되 금리를 포함한 대출조건과 지원대상 선정, 사전-사후관리 등의 미세한 사항에 대해서는 개별 민간주체에 전적으로 위임해야 한다.
정치색 없애고 민간 주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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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예방하고 마이크로크레디트가 지속가능한 사업이 되기 위해서는 순수 민간주도의 사업이 되어야 한다. 정부와 재단 모두 한 알의 밀알이 썩어야 수백, 수천 배의 열매를 맺는 은혜의 원리를 명심해야 한다. 자발적 아이디어에 따른 보람이 전적으로 개별 운영 주체에 부여될 때 이런 은혜의 원리는 극대화된다.
권영준 경희대 경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