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가수들이 출연해 유명 아리아와 함께 코믹상황극을 펼치는 ‘테너를 빌려줘’. 사진 제공 아담스페이스
세계적 테너 가수인 티토 메렐리(최윤호)가 미국 클리블랜드 오페라단과 ‘오셀로’를 공연하는 날. 무대는 그의 호텔 특별 스위트룸. 오페라단장 손델스(장재호)의 딸이자 메렐리의 열혈 팬인 메기(추소영)가 메렐리의 사인을 받기 위해 옷장에 숨어든다. 메렐리의 아내 마리아(문형주)가 이를 오해해 작별편지만 남긴 채 떠난다. 이를 발견한 메렐리는 슬픔에 빠져 평소보다 수면제를 많이 먹고 잠이 든다.
손델스의 조수이자 오페라 가수를 꿈꾸는 막스(강상범)가 이를 발견하고 그가 음독자살한 것으로 오해한다. 공연을 중단할 수 없는 손델스는 막스를 오셀로로 분장시켜 메렐리 대신 내보낸다. 공연은 성공적으로 끝나지만 문제는 메렐리 역시 깊은 잠에서 깨 오셀로 분장을 하고 뒤늦게 설쳐대고 있었다는 점. 이때부터 두 명의 메렐리를 놓고 포복절도할 코미디가 펼쳐진다.
2007년 연극으로 이 작품을 소개한 극단 코러스는 이 점을 극복하기 위해 공연 중간 중간 유명 오페라 아리아 10곡을 가미한 오페레타 형식으로 새롭게 무대에 올렸다. 연극 팬이라면 아름다운 오페라 아리아에 심취하고 오페라 팬이라면 오페라와 섹스를 병치한 대본의 재치에 초점을 맞추라고 권하고 싶다. 그런 점에서 메렐리에게 육탄공세를 펼치는 육감적 소프라노 다이아나 역의 이혜정 씨의 능청맞은 연기가 빛을 발한다. 3만∼4만 원. 내년 3월 7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원더스페이스 네모극장. 02-922-1120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