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가꾸고 함께 뒹구는 ‘소통의 숲’
서울숲은 도시공원이면서도 숲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서울숲은 시설을 최대한 배제하고 나무 무성한 공원으로 자라고 있다. 나무뿐만 아니다. 70여 개의 기업과 5000여 명의 시민이 기부한 사람의 숲, 참여의 숲이다. 사진 제공 서울숲사랑모임 김선규 씨
조선시대 임금의 사냥터로 쓰였고 근대에 우리나라 최초의 정수시설이 들어섰으며 현대에 와서는 경마장으로, 퍼블릭 골프장으로 이용되었던 땅의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있다.
공원 입구에 들어서면 과거 경마장이었음을 상징하는 힘찬 군마상과 경마장 트랙을 그대로 활용한 산책로와 골프장의 잔디밭을 보전한 넓은 가족마당이 땅의 역사를 웅변하고 있다.》
자원활동가 150명- 봉사자 5000명
서울의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가
서울숲을 마음먹고 둘러보려면 4시간 정도는 필요하다. 개나리꽃으로 유명한 응봉산을 바라보면 우측에는 생태습지원이 있고 좌측으로는 생태숲이 있다. 2005년 서울숲이 조성된 지 불과 4년밖에 지나지 않아 생태적이라는 말을 쓰기에는 어설픈 공원이지만 10년 후 울창한 수목과 새들의 노랫소리를 상상해 봄직하다.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가 맨해튼 중심에 위치해 멋진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19세기에 만들어진 센트럴파크가 명성을 잃지 않고 21세기에도 인구에 회자되는 이유는 아름답고 멋진 공간을 지키고 가꾸어 낸 시민이 있기 때문이다. 센트럴파크가 항상 아름답고, 시민의 사랑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옴스테드라는 걸출한 시인이자 조경가의 등장으로 세계 최초의 대규모 인공 공원을 만들어 자유와 민주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던 센트럴파크는 20세기 중반 미국의 경제하락과 함께 1970년대에는 뉴욕에서 가장 위험하고 더러운 장소로 전락하고 말았다.
1980년 지역의 한 모금단체와 환경교육 비정부기구(NGO)의 발의로 시작된 센트럴파크컨서번시(시민보전단)는 훼손된 공원의 시설을 복원하고 옴스테드의 디자인과 철학을 재생했다. 지금도 매년 2000만 달러(약 240억 원)의 기금을 모아 연간 공원 운영 예산의 85%를 이 시민단체가 부담하고 있다. 300명의 시민활동가와 수천 명의 자원봉사자가 가꾸는 공원, 센트럴파크가 아름다운 이유이다.
우리나라 도시에도 수많은 공원이 있지만 이처럼 시민의 애정과 관심을 받는 공원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서울숲이 그 실험대에 올랐다. 2004월 9월, 공원 공사가 한창일 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공원을 찾았다. 1년 후 개장될 공원을 안내할 자원활동가 교육을 시작했다. 2005년 5월 서울숲 개장 1개월 전에 비영리 민간재단인 서울그린트러스트는 서울숲의 조성에 참여했던 기부자들과 서울숲 사랑모임(Seoul Forest Park Conservancy)을 조직했다.
단, 15명의 자원활동가로 시작한 서울숲 사랑모임은 현재 150명의 일상적인 자원활동가와 5000명의 사회봉사자, 5명의 상근활동가의 모임으로 성장하였다. 매년 수십 개의 기업 임직원과 대학생 청소년이 공원의 토양을 개량하고 숲을 가꾸는 자원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일년에 몇 번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이들은 흙을 만지고 호미를 쥐면서 자연과 소통하고 진정한 레크리에이션을 맛보고 있는 것이다.
서울숲의 야외무대 옆에 가면 최근에 조성된 향기정원이 있다. 공원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큰 나무로 성장하기도 하지만 온갖 풍상을 겪으면서 어떤 공간은 쇠퇴하기도 하고 반달리즘에 훼손되기도 한다. 향기정원은 그렇게 쇠퇴한 공간을 기업의 후원으로 재생한 공간이다. 시각장애인이 후각을 통해 공원을 체험할 수 있도록 조성되었다. 서울숲의 최초 설계자가 재능을 기부하고, 자원활동가들이 시각장애인과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시민의 아이디어와 기업과 전문가와 자원활동가의 힘으로 새로운 생명을 얻는 공간은 시민참여가 어떤 힘과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현대의 도시공원은 거대한 피트니스클럽이자 참살이(웰빙) 공간이다. 하루에도 수만 명이 걷고 뛰고 휴식을 갖는다. 도시공원은 부자도 가난한 자도, 어른도 아이도 차별 없이 이용하는 공간이다. 자유롭고 민주적인 장이다. 수많은 사람이 건강한 사회와 이웃과 자연을 위해 봉사하는 나눔의 공간이다. 공원은 이젠 단순한 녹지공간이 아니다. 공원은 깨어있고 참여하고 행동하는 민주시민을 만드는 요람이다.
이강오 서울그린트러스트 사무처장
英 첼시플라워쇼 - 獨 연방정원박람회
지구촌 정원원예산업 이끌어
2010년 88회를 맞이하게 될 첼시 플라워쇼는 첼시 지역 왕립병원의 정원에서 열린다. 통상 18개월의 긴 준비기간과 함께 참가 업체나 단체가 선정되고, 행사가 열리는 5일 가운데 이틀은 오직 회원에게만 공개하고, 나머지 3일은 일반인에게 공개한다. 전시장은 모델 정원, 대형 천막 안의 다양한 식물과 화훼 전시, 꽃꽂이 전시, 각종 정원에 관한 제품과 식물을 판매하는 마켓 플레이스로 구성된다. 정원을 축소하여 만든 모델정원은 ①정원 꾸미기(Show Garden) ②주택 안마당 정원(Courtyard Garden) ③도심 정원(City Garden) ④현대풍 정원(Chic Garden) ⑤옥상정원(Roof Garden)의 다섯 주제로 구성되고, 까다로운 심사과정을 통해 메달을 수여한다.
독일 연방정원박람회(연방정원전시회)는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국가 규모의 정원 박람회이다. 경우에 따라서 국제박람회가 되기도 한다. 여러 도시를 돌아가면서 개최하여 지역의 개발과 활성화를 추구하고 있으며, 전시회가 끝나면 영구적인 공원으로 남긴다.
올해로 30회를 맞는 연방정원박람회는 4월 23일부터 10월 11일까지 열렸다. 2년에 한 번씩 각 지방을 돌아가며 약 6개월간 박람회를 열며, 전시회를 통해 과거 50여 년에 걸친 정원예술의 발전에 대해서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