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이지희 낙상 사고’를 통해 본 우승세리머니와 스포츠함께 던지고 함께 받아일치된 호흡으로 승리 만끽한국-일본서 주로 행해져자칫하면 큰 부상… 조심해야
한국과 일본에서 주로 행하는 우승 세리머니인 헹가래. 절정의 순간에 구성원들의 응집력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지만 부상 위험이 따르기도 한다. 이 때문에 헹가래를 받는 사람들의 시선은 대부분 하늘이 아니라 정면이나 아래를 향한다.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에서 전승 우승한 야구대표팀 김경문 감독은 “이대로 떨어져 죽어도 좋을 것 같다”며 온몸을 선수단에 맡겨 눈길을 끌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하늘로 떠올랐던 이지희는 하필이면 시상대 철제 모서리에 허리를 부딪쳤다. 쇼크를 받은 이지희는 구토 증세를 보였고 구급차에 실려 인근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정밀 검진 결과 단순 타박상으로 밝혀져 한숨을 돌렸지만 선수들 사이에선 “앞으로는 이겨도 절대 헹가래는 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이날 해프닝은 이튿날 일본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
헹가래를 받는 것은 모든 스포츠 선수, 감독들의 꿈이다. 우승을 결정짓거나 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린 뒤 하늘에 떠 있는 느낌은 “맛본 사람만 알 수 있다”는 게 경험자들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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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제10회 한일 여자프로골프 대항전에서 우승한 한국팀 주장 이지희는 헹가래를 받다가 시상대 모서리에 부딪쳐 응급실로 실려 가기도 했다.
하지만 손발이 맞지 않으면 이지희와 같은 사고가 발생하곤 한다. 헹가래 사진 속의 많은 감독과 선수들의 표정에 두려움이 섞여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신 감독은 “가끔 무서울 때도 있다. 공중에 떠 있는데 ‘우리 놓자’ ‘아냐, 그러면 다쳐’ 하는 말이 들릴 때가 있다. 이대로 떨어지면 어쩌나 아찔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지난 시즌 여자 프로농구 우승을 차지한 임달식 신한은행 감독은 선수들이 손을 놓는 바람에 허리를 크게 다쳤다. 2007년 이영주 전 신한은행 감독 역시 헹가래를 받다가 떨어져 새끼손가락 인대가 늘어났다. 허리가 좋지 않았던 프로야구 김응룡 삼성 사장은 2006년 우승 후 헹가래를 피해 사라지기도 했다. 프로축구 K리그에서 전북을 우승으로 이끈 최강희 감독은 헹가래 도중 누군가가 머리를 툭툭 때리자 “이것들이 아주 날 죽이네”라고 말했다. 반면 김경문 감독의 올림픽 헹가래 사진을 보면 선수들에게 완전히 몸을 맡긴 것으로 보여 대조적이다.
김병준 인하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많은 선수들이 헹가래 도중 장난을 치면서 평소에 어렵기만 하던 감독이나 고참 선수와의 벽을 허문다. 악의 없는 장난을 통해 그간의 서운했던 감정이 눈 녹듯 사라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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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