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김훈 등 50여명 찍은 30세 출판편집자 백다흠 씨
작가를 실제 만날 기회가 드문 독자들에게 프로필 사진은 작가에 관한 최소한의 정보를 제공해주는 매개일 뿐 아니라 책의 이미지를 결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국내의 많은 문인이 책에 실을 만한 사진을 갖고 있지 않은 데다 따로 돈을 들여 사진을 찍을 만한 여건도 되지 못한다. 백 씨가 본격적으로 문인들의 사진을 찍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 29일 오전 서울 광화문 근처에서 만난 백 씨는 “책이라는 것이 한 작가의 오랜 노력의 결과물인 만큼 책이 가진 주제의식과 작품세계를 돋보일 수 있게 하는 사진도 중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백다흠 씨가 찍은 작가 고은(위), 김훈 씨. 백 씨는 작품의 분위기를 살려 작가 사진을 찍는다. 사진 제공 백다흠 씨
“김훈 선생은 글쓰기를 일종의 노동이라고 생각하는 분이에요. 작업실에 연필, 책, 원고지 같은 것도 많았지만 그보다 일하는 사람의 느낌, 노동에 지친 모습을 살리는 데 중점을 뒀어요. 반면 신경숙 선생의 ‘엄마를 부탁해’는 자택 베란다에 놓인 장독대를 응시하는 것으로 찍었어요. 모성을 강조한 소설의 주제와 서정적인 분위기를 담아내기 위해서요.”
그는 “작가들에게 ‘이 책을 냈을 때 이런 기분이었지, 이런 생각으로 썼었지’ 같은 감회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진을 찍으려 한다”고 말했다. 촬영에 익숙지 않은 문인들과의 작업에서 쓰는 비법도 있다. 그는 “대부분의 문인이 포즈 취하는 것을 굉장히 낯설어하기 때문에 대화 상대를 동석시킨 뒤 몰래 찍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작가들이 그때그때 발표한 작품에 맞는 사진을 찍으려 해요. 우리 시대 작가들이 변모해 온 과정을 기록해둘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영광이 없을 겁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