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성남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 챔피언십 성남 일화와 전남 드래곤즈의 준플레이오프. 성남 신태용 감독은 인천 유나이티드와 치른 6강 플레이오프에서 퇴장을 당한 탓에 이날 벤치에 앉지 못하고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휘했다.
신 감독은 무전기로 벤치의 김도훈 코치에게 지시를 내렸다. 답답했을 것 같은 신 감독은 경기 뒤 “오히려 위에서 보니 경기를 전체적으로 볼 수 있어 도움이 됐다”며 웃었다. 하루 뒤인 26일에도 신 감독의 ‘관중석 지휘’ 예찬론은 계속됐다. 그는 “진지하게 고민을 해봤다. 전반은 관중석, 후반은 벤치에서 지시를 내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퇴장 탓에 타의로 벤치에 앉지 못하고 관중석에서 지시를 내렸다. 그러고 보면 스스로 관중석에 간 감독도 있다. 경남 FC 조광래 감독은 8월 29일 인천과 K리그 경기 때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휘했다. 조 감독은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위에서 보면 경기가 전체적으로 보여 상황을 판단하기가 쉽다. 벤치에서는 바로 눈앞의 장면만 보게 된다”고 말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알렉스 퍼거슨 감독도 종종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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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분명하다. 벤치에서 감독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감독은 경기의 지휘뿐만 아니라 가능한 한 가까운 거리에서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며 사기를 높여주는 팀의 구심점이다. 경기를 분석하는 역할은 전력분석관의 몫이다. 벤치에서 종종 감독들이 전력분석관과 경기 중 통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신 감독은 내년 시즌에 ‘관중석 지휘’를 자주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건 잘 모르겠다”고 말을 흐렸다. 벤치와 관중석 어느 쪽이 더 나으냐는 질문에 조 감독의 대답은 명료했다. “그래도 감독은 팬을 위해, 선수를 위해 벤치를 지켜야죠.”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