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청계천이 서울의 신선한 자연의 휴식처가 되고 수많은 시민이 즐겨 찾아와 감탄하는 모습에서처럼 차량의 행렬로 가득 메워진 광화문 거리를 광장으로 만든다는 발상에 손뼉을 치고 싶을 만큼 감동했다. 그런데 광장이 기대와는 달리 변신한 데 대해 차라리 옛날의 은행나무 행렬이 훨씬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한마디로 메마른 불모지를 연상시키는 돌멩이 바닥이라는 점 외에 더 봐줄 모습이 없다. 바닷가 모래사장도 아닌데 웬 파라솔 군락인가? 조각품인지 뭔지 벌겋게 녹슨 것 같은 쇠기둥 같은 물체가 삭막함을 더한다.
물론 서울시는 연구를 많이 하고 고심했을 것이고 꽃밭을 군데군데 해놓았다고 흐뭇해할지 모른다. 이런 발상은 어디까지나 땅바닥만 내려다보고 한 일이지 하늘과 땅, 양쪽 길가 건물과의 조화를 생각 못한 것 같다. 우리가 자칫 간과하기 쉬운 점은 매사에 국지적인 현상에 매달리면 대국적인 큰 틀을 잃기 쉽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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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는 사시사철 푸르고 깨끗하고 향기가 대단하다. 삭막한 겨울날 신부의 면사포 같은 흰 눈을 안은 햇살 속 솔잎 가지를 상상해 보라! 반짝이는 눈부신 광경을 바라보고 시심이 발동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빽빽하게 들어선 고층 아파트 사이에도 소나무를 심어 친자연이나 녹색혁명을 추구하는 마당에 광화문광장은 왜 역행했는지 도대체 모를 노릇이다.
김기철 도예가·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