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신행정수도-세종시법 합의 후 선거에서 ‘재미’ 못봐 2006년 5·31 지방선거 勝 충청 광역단체장 3곳 석권, 박근혜 “대전은요” 발언 효과 2007년 12·19 대선 勝 “계속 추진” 약속 표이탈 막아, 4개월후 총선 또 충청 참패
친박계의 한 의원은 13일 “(여권 핵심부가) 쓸데없이 세종시 원안 수정을 들고 나와 선거를 망치게 됐다”며 청와대와 정부에 불만을 터뜨렸다. 반면 친이계의 수도권 출신 한 의원은 “한나라당이 지금까지 옛 여권의 신행정수도와 세종시 방안에 번번이 합의해줬지만 뭘 얻었느냐”고 반박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행정수도 공약으로 충청권에서) 재미 좀 봤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실제 이 공약은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후 한나라당은 노 전 대통령이 제출한 세종시 관련법에 합의해줬다. 과연 충청권 표심을 얻는 데 도움이 되었을까.
2004년 4·15 총선을 코앞에 둔 2003년 12월 한나라당은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주도한 신행정수도특별법에 합의해줬다. “다음 총선에서 손해 볼 일은 하지 말자”며 마지못해 따라간 것이다. 그러나 충청권의 선거 결과는 참담했다. 대전 6개, 충북 8개 선거구에선 전패했다. 충남 10개 선거구에서 겨우 1석을 건지는 데 그쳤다. 물론 당시 총선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이 최대 쟁점이었다. 한나라당이 절대 불리한 국면이었다. 그런 사정을 감안해도 한나라당이 충청권에서 보인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그래서 신행정수도에 합의해 준 효과가 별로 없었다는 분석이 많았다. 더욱이 신행정수도특별법은 2004년 10월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아 박근혜 당시 대표는 이 법에 합의해준 데 대해 당을 대표해 사과까지 했다.
○법 합의해주고 한 달 후 패배
2005년 당시 여권은 헌재 결정으로 무산된 행정수도 대신 행정중심복합도시 방안을 다시 들고 나왔다. 한나라당은 분당 직전까지 가는 내분 끝에 2005년 3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을 처리해줬다. 그러나 한 달 후 4·30 재·보궐선거에서 세종시가 들어설 공주-연기 지역에선 중부권 신당을 추진하던 심대평 충남지사가 지원한 무소속 정진석 후보가 당선돼 한나라당은 다시 패배했다.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단독으로 법 통과가 가능한 상황이라 한나라당이 합의해준 것이 충청권에서 별다른 주목을 끌지 못했다는 얘기가 많았다.
○오래 못간 대선 공약 효과
2007년 12월 대선 당시 한나라당 후보였던 이명박 대통령은 충청권에 갈 때마다 ‘세종시 사업 계속 추진’을 약속했다. 대선 결과 이 대통령은 대전 충북 충남에서 모두 득표율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해석은 엇갈린다. 이 대통령의 승리는 정권교체 열망이 반영된 것이지 세종시와 별 상관이 없다는 분석과 ‘세종시 공약’이 득표율을 높이진 못했지만 충청표의 이탈은 막았다는 분석이 맞섰다. 4개월 후 2008년 4·9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다시 충청권에서 참패(24석 중 1석 차지)한 것을 보면 그나마 이 공약의 효과도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부산대 김용철 교수(정치학)는 “옛 여권이 주도한 신행정수도-세종시 방안에 한나라당은 줄곧 끌려 다녔기 때문에 선거에서 유리한 변수로 삼기 힘들었다”며 “이번에 세종시를 원안대로 추진한다고 해서 다음 선거에서 충청권에서 유리해진다고 보기도 힘들다”고 분석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