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세 버핏, 440억 달러 들여 美철도회사 인수현 주가에 프리미엄 31% 더해 BNSF 지분 77.4% 사들여“경제회복 한치의 의심도 없어 미국의 미래에 다 걸겠다”
경제위기의 진행 중에, 그것도 사양산업으로 분류되는 철도운송업에 거액을 투자한 것에 대해 많은 투자자들은 의아해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이 같은 ‘역발상 투자’에는 세계 경제가 언젠가는 살아날 것이라는 믿음, 그리고 자신이 수십 년간 일궈 놓은 투자 철학이 그대로 녹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 버핏 인생 최대의 베팅
440억 달러라는 투자액은 버핏의 투자 인생에서 최대 규모다. 종전 기록은 1998년 보험사 제너럴 리를 인수했을 때 162억 달러를 투자한 것이었다. 또 이번 인수는 그의 사실상 마지막 투자이기도 하다. 미국 금융계에선 그의 나이(79)를 감안해 “버핏 투자인생 최후의 의미 있는 베팅”이라고 해석했고, 버핏 스스로도 “당분간 이런 대규모 인수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 경제는 번성할 것이고 여기에 한 치의 의심도 없다”며 “이번 투자는 미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다걸기(올인)’를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버핏은 2007년부터 BNSF에 투자해 이미 22.6%의 지분을 갖고 있었다. 주요 주주로서 투자에 대한 확신을 가진 버핏은 마침내 나머지 지분을 모두 인수했다. 버핏은 미국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로즈 CEO와 계약을 성사하는 데 1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 어김없이 경기 저점에 통 큰 투자
버핏의 이번 투자는 ‘영원히 추락하는 경제는 없다’는 평소 지론을 잘 반영했다는 해석이 많다. 그는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도 곧 무너질 것 같던 제너럴일렉트릭(GE)과 골드만삭스에 잇달아 투자했다. 그러고는 공포심에 질린 투자자들에게 “지금이 주식을 살 때”라는 말을 남겼다. ‘남들이 공포에 질렸을 때 사고, 탐욕에 빠졌을 때 판다’는 그의 철학은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버핏의 투자 결정은 ‘경기 부양책으로 지탱해 온 경제가 과연 지속 가능할까’ 하는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정면으로 뒤집었다. 그는 또 “미국은 성장할 것이고 10년, 20년, 30년 뒤에는 더 많은 물자가 이동할 것”이라며 장기투자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다.
또 하나의 포인트는 BNSF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회사라는 점이다. BNSF의 2008년 영업이익은 39억 달러로 호황기였던 2007년의 35억 달러보다 오히려 많았고 올해 3분기에도 9억 달러의 영업이익을 냈다. 버핏은 최근 10∼20년간 고성장과 버블 붕괴의 부침을 겪어 온 정보기술(IT) 주식에는 한 번도 투자하지 않았다. 이번 계약의 컨설팅을 맡은 에버코어 파트너스의 로저 올트먼 창립자는 “버핏은 BNSF 수익의 안정성에 베팅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