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지대 탐사… 과학연극… 재미+감동 쏠~쏠
영국 노스요크셔 세틀 인근의 호수 ‘말럼 탄’의 생태탐사에 참가한 사람들이 호수 주변의 지리학적 특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세틀=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 눈으로 확인하는 말럼 탄의 비밀
“이곳은 물이 잘 투과되는 석회암 지역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호수가 생겼을까요?”
참가자들이 호수 옆 늪지대에 난 길을 따라 서쪽으로 걸음을 옮기자 물가에 늘어선 버드나무숲이 눈에 들어왔다. 10여 m 떨어진 지점에는 땅딸막한 물이끼가 무성했다. 피클 소장은 “불과 몇 발짝을 사이에 두고 식물 종류가 다른 이유는 토양의 산성도(pH)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석회암이 땅 위로 솟아 있는 버드나무숲 주변은 pH가 8로 약염기를, 초원지대와 이어진 물이끼 주변은 pH가 4로 산성을 띤다. 영국에 사는 물이끼 32종 중 절반인 16종이 이 지역에서 자란다. 영국의 환경단체인 내셔널트러스트는 염기성 습지와 산성 습지가 한데 뒤섞인 말럼 탄을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기 시작했지만 참가자들은 3시간 동안 탐사를 이어갔다.
○ 8개 지부에서 한 해에 65개 프로그램 진행
영국 왕립지리학협회의 지부가 주최하는 과학문화 프로그램은 지역 주민에게 과학의 즐거움을 선물하는 세계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요크셔를 비롯해 체셔, 남웨일스 등 8개 지부가 작년 한 해 동안 진행한 과학문화 프로그램은 65개. 협회 전체 프로그램의 절반이다.
요크셔 지부의 뉴캐슬 인근 ‘하드리아누스 성벽 탐사’는 말럼 탄 탐사와 함께 올해 인기 프로그램이다. 남웨일스 지부의 ‘세번 강 절벽 탐사’도 반응이 좋다. 지리학이 현장 연구를 중시한다는 사실을 고려해 지역의 특성을 살린 점이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요크셔 지부 샘 왓슨 위원장은 “영국에는 런던 같은 대도시 이외에도 요크, 에든버러, 카디프 등 과학과 역사를 대표할 수 있는 지방 도시가 많다”면서 “주민들이 자신이 사는 지역에 흥미를 갖고 학자들의 관심도 높일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기획한다”고 말했다.
여성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들이 중심이 된 극단 ‘사이꾼’은 국내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찾아가는 과학연극’을 펼치고 있다. 사진 제공 사이꾼
국내에도 지역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과학문화의 저변을 넓히는 활동이 있다. 여성 과학도들이 중심이 돼 결성한 극단 ‘사이꾼’의 ‘찾아가는 과학연극’이 대표적이다. 요즘 공연하고 있는 ‘방구리 여사의 별난 과학수업’은 한국판 퀴리 부인인 방구리 여사가 아인슈타인의 이름을 딴 손자 안수탄에게 다채로운 과학 실험을 보여주며 일어나는 내용을 담았다. 유머가 넘치는 이야기 전개에 산과 염기, 힘과 운동 등 초등학교 수준의 과학 지식이 잘 녹아 있다.
세틀=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