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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세종시, 포항제철-구미공단처럼 허허벌판을 생산기지로 바꿔야”

입력 | 2009-10-22 03:00:00

“중앙 기득권만 나눠줘선 안돼” 참모들에 구상 밝혀




이명박 대통령은 세종시 건립과 관련해 최근 경북 포항이나 구미처럼 중장기적 자생력이 있는 생산기반을 갖춰야 한다는 구상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21일 “이 대통령이 최근 참모진과의 회의에서 ‘기존 세종시 건립 계획은 중앙이 갖고 있던 기득권을 지방에 나눠준 것에 불과하다. 그래서는 미래에 발전이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과거 포항의 허허벌판에 포항제철을 만들고, 구미도 아무것도 없는 곳에 전자단지를 새로 유치해 그걸로 수십 년간 먹고산 것 아니냐. 당시엔 그게 첨단이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어 “세종시에도 그런 걸 만들어줘야 한다. 그래야 수십 년이 지난 뒤에도 잘된 것으로 평가받는다”고 강조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이 대통령의 이 발언은 부처 이전을 뼈대로 하는 기존 세종시 건립계획은 기득권 쪼개기에 불과하며, 궁극적으로는 자족기능을 갖출 생산설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당장 부처 몇 개를 옮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과거 포항이나 구미의 도시발전모델처럼 새로운 산업기반을 조성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 참모들은 “이 대통령은 ‘세종시가 이대로 가는 게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은데 내가 알면서 양심상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는 견해를 내비치곤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의 한 당국자는 “녹색산업 등 세종시에 줄 만한 생산기반 시설은 많다. 하지만 그렇게 하더라도 단기적으로 충청도민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 미지수여서 여러 대안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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