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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제64주년 경찰의 날… 팍팍한 일상 속 ‘희망’ 주는 두 경찰

입력 | 2009-10-21 03:00:00


 공무 수행 도중 다친 동료를 남몰래 돕는 김기현 경위. 연합뉴스

선행의 지팡이

서울 송파署김기현 경위, 병상 동료-청소년 가장 도와

공무수행 중 다쳐 식물인간이 된 동료를 꾸준히 돕고 있는 경찰관의 선행이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서울 송파경찰서 112지령실에서 근무하는 김기현 경위(48).

김 경위는 2004년 6월 신고를 받고 출동해 범인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공격 받아 뇌손상을 입은 장용석 경장(40)의 가정을 후원하고 있다. 장 경장은 사고 이후 3차례의 뇌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식물인간 상태가 됐고, 장 경장의 아내 황춘금 씨(36)는 남편을 보살피며 두 자녀와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

김 경위는 13일 바자회를 열어 장 경장을 도왔다. 김 경위는 ‘어려운 이웃돕기 나눔바자회’에 판매할 물품을 마련하기 위해 경찰 내부 통신망에 장 경장의 사연과 바자회 소식을 올렸다. 글을 본 경찰관들이 각종 물품을 택배로 보내는 등 장 경장 돕기에 나섰다. 김 경위는 바자회 판매 수익금 158만 원 전액을 장 경장의 아내에게 전달했다. 김 경위는 “한 사람의 도움은 작지만 여러 사람의 후원이 모이면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경위는 2001년 ‘사이버이웃사랑’이라는 이름의 봉사단체를 만들어 이끌고 있다. 올해 1월부터는 김 경위를 비롯한 사이버이웃사랑 회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성금 중에서 매달 5만 원을 장 경장의 가족에게 보내고 있다. 황춘금 씨는 “항상 관심을 가져 주셔서 늘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사이버이웃사랑 회원들은 매달 지역사회의 소년·소녀 가장들에게도 장학금을 주고 있다. 김 경위는 “전에는 매달 10여 명씩 후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성금이 모였는데, 최근에 경기가 나빠지면서 후원금도 많이 줄어 5명 정도밖에 도와줄 수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경위는 또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하는 50여 명의 회원과 함께 장애인 복지시설을 찾아가 봉사활동을 하고, 물품을 지원하는 활동도 펼치고 있다.

김 경위는 “국민을 위해서 일하다 다치는 경찰관들이 많지만 제도적 지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장 경장 부인도 세상을 헤쳐 나가기가 어려울 것이라 생각해 조금이라도 도울 방법을 찾다가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 만화로 ‘감동’ 체포 ▼


 경찰 인트라넷 인기 연재만화인 ‘뽈 스토리(아래)’의 작가 강현주 경장. 연합뉴스

서울 강남署강현주 경장, ‘뽈 스토리’ 조회수 100만

경찰 인트라넷의 인기 연재만화 ‘뽈 스토리’가 화제다. ‘좌충우돌 지구대 이야기’가 부제인 뽈 스토리는 서울 강남경찰서 청담지구대 소속 강현주 경장(28·여)이 근무 중 경험한 이야기를 만화로 그려낸 것. 현재 191회까지 연재됐고, 최근 누적 조회수가 100만 회를 넘어섰다.

만화가가 꿈이었던 강 경장은 경찰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 힘들 때면 경찰이 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만화로 그리곤 했다. 하지만 경찰관 생활이 상상만큼 멋진 일만은 아니었다. 되풀이되는 순찰과 밤샘 근무로 몸과 마음이 지쳐갔고, 강 경장은 만화를 그리며 힘을 냈던 기억을 떠올려 뽈 스토리를 그리기 시작했다.

지구대를 찾아온 치매 할머니에게 오히려 감동했던 이야기, 만취한 시민이 엉망으로 만든 지구대를 정리한 이야기, 잔뜩 멋 부리고 출근했지만 머리를 질끈 묶고 순찰에 나서야 했던 이야기 등이 진솔하게 그려졌다.

강 경장은 2007년 4월부터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연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몇몇 지인에게만 선보였는데, 이를 본 다른 경찰관들이 경찰 인트라넷을 통해 올리면서 강 경장은 ‘만화 그리는 여경’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한 케이블TV에서 뽈 스토리의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한 시트콤을 제작해 방송했고, 뽈 스토리의 소재로 써 달라며 전국의 경찰관들이 제보가 줄을 잇고 있다. 5월부터는 뽈 스토리가 경찰청 공식 블로그인 폴인러브(blog.naver.com/e_podori)에도 게재되기 시작했다.

인기스타가 된 강 경장은 경찰 홍보 업무도 가외로 떠맡게 됐다. 서울경찰청 경찰특공대 캐릭터를 비롯해 순찰차 주차 스티커와 기초질서 지키기·날치기 예방 안내문 등 눈에 익은 경찰 홍보물 속 캐릭터가 강 경장 작품이다. 이 때문에 강 경장은 경찰청장상을 비롯해 서울, 경기, 대구지방경찰청장상 등 각종 표창을 휩쓸었다.

강 경장은 “시민들이 만화를 보면 경찰의 딱딱한 이미지를 벗어나 경찰관들도 진솔한 면이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점을 느낀다”며 “경찰관들은 각박하게 살다가도 초임 시절을 떠올리며 웃는다는 내용의 팬 레터를 받을 때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강 경장의 목표는 그 동안 연재한 뽈스토리를 모아 책으로 펴내는 것. 강 경장은 “이렇게 오래 연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다”면서 “이제는 퇴직하고서라도 계속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