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 수행 도중 다친 동료를 남몰래 돕는 김기현 경위. 연합뉴스
서울 송파署김기현 경위, 병상 동료-청소년 가장 도와
공무수행 중 다쳐 식물인간이 된 동료를 꾸준히 돕고 있는 경찰관의 선행이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서울 송파경찰서 112지령실에서 근무하는 김기현 경위(48).
김 경위는 2004년 6월 신고를 받고 출동해 범인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공격 받아 뇌손상을 입은 장용석 경장(40)의 가정을 후원하고 있다. 장 경장은 사고 이후 3차례의 뇌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식물인간 상태가 됐고, 장 경장의 아내 황춘금 씨(36)는 남편을 보살피며 두 자녀와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
김 경위는 2001년 ‘사이버이웃사랑’이라는 이름의 봉사단체를 만들어 이끌고 있다. 올해 1월부터는 김 경위를 비롯한 사이버이웃사랑 회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성금 중에서 매달 5만 원을 장 경장의 가족에게 보내고 있다. 황춘금 씨는 “항상 관심을 가져 주셔서 늘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사이버이웃사랑 회원들은 매달 지역사회의 소년·소녀 가장들에게도 장학금을 주고 있다. 김 경위는 “전에는 매달 10여 명씩 후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성금이 모였는데, 최근에 경기가 나빠지면서 후원금도 많이 줄어 5명 정도밖에 도와줄 수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경위는 또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하는 50여 명의 회원과 함께 장애인 복지시설을 찾아가 봉사활동을 하고, 물품을 지원하는 활동도 펼치고 있다.
김 경위는 “국민을 위해서 일하다 다치는 경찰관들이 많지만 제도적 지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장 경장 부인도 세상을 헤쳐 나가기가 어려울 것이라 생각해 조금이라도 도울 방법을 찾다가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 만화로 ‘감동’ 체포 ▼
경찰 인트라넷 인기 연재만화인 ‘뽈 스토리(아래)’의 작가 강현주 경장. 연합뉴스
만화가가 꿈이었던 강 경장은 경찰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 힘들 때면 경찰이 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만화로 그리곤 했다. 하지만 경찰관 생활이 상상만큼 멋진 일만은 아니었다. 되풀이되는 순찰과 밤샘 근무로 몸과 마음이 지쳐갔고, 강 경장은 만화를 그리며 힘을 냈던 기억을 떠올려 뽈 스토리를 그리기 시작했다.
지구대를 찾아온 치매 할머니에게 오히려 감동했던 이야기, 만취한 시민이 엉망으로 만든 지구대를 정리한 이야기, 잔뜩 멋 부리고 출근했지만 머리를 질끈 묶고 순찰에 나서야 했던 이야기 등이 진솔하게 그려졌다.
강 경장은 2007년 4월부터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연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몇몇 지인에게만 선보였는데, 이를 본 다른 경찰관들이 경찰 인트라넷을 통해 올리면서 강 경장은 ‘만화 그리는 여경’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한 케이블TV에서 뽈 스토리의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한 시트콤을 제작해 방송했고, 뽈 스토리의 소재로 써 달라며 전국의 경찰관들이 제보가 줄을 잇고 있다. 5월부터는 뽈 스토리가 경찰청 공식 블로그인 폴인러브(blog.naver.com/e_podori)에도 게재되기 시작했다.
강 경장의 목표는 그 동안 연재한 뽈스토리를 모아 책으로 펴내는 것. 강 경장은 “이렇게 오래 연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다”면서 “이제는 퇴직하고서라도 계속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