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일일드라마 ‘밥줘’는 부부간 성폭행, 처첩이 한집에 사는 등 상식을 넘어선 전개로 손가락질 받고 있다. 하지만 15일 15.1%의 시청률로 그날 전체 지상파 TV 프로그램 가운데 5위를 기록했다. 드라마 분석·비평가인 저자는 ‘밥줘’의 작가 서영명은 MBC 주말드라마 ‘보석비빔밥’의 임성한과 더불어 선정성과 중독성이 강해 높은 시청률을 올리면서도 엽기 황당 가족코미디라는 비난을 받는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 ‘독약 드라마’를 만들어냈다고 지적한다. 이 책은 최근 활발히 활동하는 TV 드라마 작가 29명의 작품을 들여다본다. 작가들 사이의 영향 관계와 유사점, 차이점을 중심으로 작품의 경향과 특성을 살폈다.
김수현의 ‘사랑이 뭐길래’(1991년)부터 가족드라마가 코미디 장르와 결합되기 시작했는데, 이후 점차 코믹성과 자극이 강해지면서 코믹 홈드라마의 새 계보가 형성됐다. 임성한과 서영명은 그 중심에 서 있는 작가다.
‘장밋빛 인생’(2005년) ‘소문난 칠공주’(2006년) ‘조강지처클럽’(2007년)의 문영남도 이 계열에 가세했지만, 결은 다르다. 17일 KBS2 주말드라마 ‘수상한 삼형제’로 돌아오는 그는, 불륜이라는 윤리적인 지점을 건드림으로써 역설적으로 가족애와 사랑이라는 주제를 강조해왔다.
“임성한과 서영명의 경우는 가족애와 사랑 그 자체가 인물들의 속물성과 이기심으로 뒤범벅되어 가족에 대한 규정, 가족의 정체성마저도 비틀고 바꾸어 버린다. 아무리 결말에 가서 가족 사이의 화해를 이루고 사랑을 회복한다 할지라도, 그것은 가족의 공동체적 가치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허약하고 인위적인 것인가를 낱낱이 까발려 버린 이후이기 마련이다.”
‘메리대구공방전’(2007년) ‘태양의 여자’(2008년)를 쓴 김인영이 일하는 여성을 중심으로 그 현실적 사랑을 그린다면, ‘온에어’(2008년) ‘시티홀’(2009년)의 김은숙은 여주인공의 사랑과 결혼을 극대화된 판타지로 풀어낸다고 저자는 분석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