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동안 치러진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장이 어제 영결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김 전 대통령이 현실 정치는 물론 현실 세계에서도 사라짐으로써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에 의한 '3김 시대'가 명실 공히 종언을 고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1980년에 등장한 3김 시대는 권위주의 정권 시대를 종식시키고 민주화 시대를 열고 발전시키는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그러나 이들 3명의 정치인은 지난 30년 동안 사실상 한국을 지역적으로 분할 통치함으로써 정치와 나라의 선진화를 이룩하는 데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도 사실입니다. 3김 시대의 공과는 좀 더 세월이 지나야 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가 이뤄질 수 있습니다. 역사의 평가를 거쳐야 하니까요.
하지만 김대중 김영삼 두 야당 지도자가 19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찾아온 정권교체를 위한 절호의 시기에 후보단일화에 실패하고 야당을 분열시킴으로써 이후 지역주의를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것은 부인하기 어려울 겁니다.
우리 사회의 모든 갈등과 분열의 밑바닥에 지역주의가 있는 만큼 3김 시대 이후 최우선 해결 과제가 바로 지역주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역주의를 극복하지 않고는 정치의 선진화도, 남북 관계의 개선도 기대하기 어려울 겁니다.
다행히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정치적 경쟁세력들 사이에 화해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희망적입니다. 양김 진영의 정치인들이 김 전 대통령의 서거와 국장을 계기로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노력하기로 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문제는 말로만이 아니라 얼마나 실천하느냐에 달려 있는 만큼 국민 모두가 눈을 크게 뜨고 지켜봐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김 전 대통령의 유지를 받들겠다는 민주당의 변신과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민주당은 김 전 대통령의 빈소가 국회에 마련된 것을 두고 고인이 평생을 의회주의자로 살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더 이상 거리의 정치에 매달리지 말고 국회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대화와 타협, 다수결의 원칙 같은 의회민주주의의 기본을 인정하고 그런 원칙을 존중하는 정치를 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동아논평이었습니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