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보다 병원성 강해… 국내 첫 합병증 발생으로 긴장
지난달 30일 신종 인플루엔자A(H1N1)에 감염된 후 폐렴 합병증에 걸린 환자가 국내에서 처음 발생했다. 21일 발열 증상이 나타난 군 장병이 며칠 만에 폐렴 진단을 받은 것. 그런가 하면 박세직 대한민국재향군인회장은 바이러스성 급성폐렴으로 증세가 악화돼 지난달 27일 별세했다. 과로로 입원한 지 한 달 만의 일이었다. 먹을 것이 부족하고 의료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때나 생기는 줄 알았던 폐렴이 왜 갑자기 주목받는 걸까.
○신종 인플루엔자가 폐렴 유발 가능성 높여
최근 미국 위스콘신대 가와오카 요시히로 박사는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폐 깊숙이 들어가 폐렴을 유발할 수 있다. 증식 능력이 계절성 인플루엔자보다 더 강력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태국 의료서비스국의 레왓 위사룻 국장은 “태국 내 신종 인플루엔자 감염자의 치료기록을 분석한 결과 신종 인플루엔자 증상이 심각했던 환자 대부분이 폐렴증세를 보였으며, 특히 폐의 밑 부분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폐렴은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등에 감염돼 폐에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인플루엔자 환자의 경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자체 때문에 폐렴이 생기기도 하지만 이차적 세균 감염으로 세균성 폐렴이 생길 수도 있다. 계절성 인플루엔자나 바이러스가 기관지 세포에 침투해 염증이 생기면 기관지 세포가 부풀어 오르고 여러 분비물을 만들어 낸다. 이 분비물과 죽은 기관지 세포 때문에 가래도 많이 생긴다. 이처럼 기관지 점막이 손상돼 정상적인 방어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는 틈을 타 공기 중에 떠돌아다니는 박테리아들이 2차 감염을 일으키면 폐렴으로 발전한다. 폐렴이 심해지면 사망할 수도 있다.
감기도 폐렴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와 유사하지만 신종 인플루엔자는 아직 인간이 면역력을 갖추지 못한 새로운 종이어서 감기보다는 병원성이 강하다.
○어린이나 노령자의 경우 조심해야
개인차가 있으나 대다수 폐렴 환자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 1, 2주 내에 회복된다. 그러나 60세 이상의 환자나 어린이는 회복이 느릴 뿐 아니라 면역력이 약하다. 따라서 갑자기 아기가 고열을 앓는다든지 신종 인플루엔자 의심증세를 보이면 감기로 여기고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빨리 병원에서 진단을 받아야 한다.
폐포의 면역력이 떨어지면 폐렴이 생길 여지가 큰 만큼 평상시 건강관리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영양을 고루 섭취해야 한다. 규칙적인 운동으로 생활의 리듬을 유지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정신적인 안정을 취하도록 한다. 미리 폐렴 인플루엔자 예방 접종을 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도움말=제갈양진 울산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