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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박상우의 그림 읽기]자식의 ‘다름’ 존중해 준다면…

입력 | 2009-07-04 02:52:00


오랜만에 후배가 전화를 걸었습니다. 적조했으니 식사나 같이하자고 하여 흔쾌히 응낙했습니다. 약속 당일 식사하는 자리에서 그는 고등학교 1학년인 아들 이야기만 했습니다. 중학교 때까지는 공부를 잘해서 일류대학에 보내고 유학까지 보낼 생각이었는데 고등학교 진학 이후 말을 안 듣고 자꾸 반항한다고 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탈선의 조짐을 보여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며 그는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면서 여러 방안에 대해 도움말을 청했습니다. 전학을 보내면 어떻겠는가, 조기 유학을 보내는 건 어떻겠는가, 대안학교로 보내는 건 어떻겠는가….

후배의 말을 듣고 나는 진지하게 대답했습니다. 그가 생각하는 것 중 어느 것도 추진하지 말고 아이가 학교에 제대로 적응하도록 가능하면 아이의 의견을 존중해 주라고 말했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학교도 아니고 아이도 아니고 부모의 지나친 기대와 간섭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이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아이가 주체적으로 대응하고 적응하지 못하는 한 문제의 근원은 해결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건넨 말이었습니다.

부모는 아이가 자신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간섭하고 요구하고 강요할 수 있다고 일방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는 부모의 전유물도 아니고 소유물도 아닙니다. 책에 견주어 말하자면 부모는 책을 출판한 출판권자이지 집필한 저작권자가 아닙니다. 대개의 부모는 자신이 출판권자인 동시에 저작권자라고 잘못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이의 고유 인권을 부모가 무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납니다.

한 엄마가 프로이트에게 물었습니다. 정신분석학 개념에 따라 아이를 제대로 교육할 방법은 뭔가요? 프로이트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꾸했습니다. “원하는 대로 하세요. 어떻게 하든 좋은 방법은 아니니까요.” 프로이트의 대꾸는 인간에 대한 완벽한 교육 방법이 없음을 일깨웁니다. 인간이란 존재, 정신이란 체계가 너무 복잡 미묘하기 때문입니다. 교육은 사람을 형성하는 데 필요한 제도적 방법이지만 절대적이지는 않습니다. 가장 훌륭한 교육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을 스스로 교육하는 일입니다. 부모의 할 일이란 자식이 경험을 바탕으로 자기 교육의 주체가 되도록 인도하는 것입니다. 부모는 자식이 그릇이 되도록 돕는 존재이지 그릇에 담길 내용물을 결정하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고유성을 인정하는 일, 그것이 부모가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입니다. 서로 다름을 발견하려는 노력, 서로 다름을 이해하려는 노력, 서로 다름을 존중하려는 노력이 부모 자식 간에는 필요합니다. 다름이 어우러진 가족 사이에서는 놀라운 화음이 울려나오지만 그것이 억눌려 붕어빵처럼 비슷해져버린 가족 사이에서는 불협화음이 터져 나옵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비슷한 것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나와 다른 아이, 이제 제대로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져야겠습니다.

박상우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