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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 ‘위기탈출’서 ‘성장동력 확보’로

입력 | 2009-06-26 02:52:00

25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2009년 하반기 경제운용방향’ 설명회에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높인 이유와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나빠진 재정 건전성을 개선할 방안에 대한 질문이 집중되자 윤 장관이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영희 노동부 장관,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윤 장관,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과천=김재명 기자


재정지출 기조 유지하며 유동성 불안 차단에 초점
R&D투자 지원… 中企 신용평가 통해 구조조정 추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할지, 그대로 둘지 고민을 많이 했다.” 윤종원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25일 정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5%포인트 높이면서 이렇게 말했다. 일부 지표의 호전으로 경기 바닥이 머지않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선진국 경기회복 지연,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 국제유가 상승, 북핵 문제 등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이 곳곳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경기회복의 불씨를 계속 살리는 데 주력하면서 경기부양 과정에서 과도하게 풀린 자금이 자산시장 교란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다양한 보완장치를 강구하기로 했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이날 ‘하반기 경제운용방향’ 브리핑에서 “확장적 거시정책 기조를 당분간 유지하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유동성을 회수하는 ‘출구전략(Exit Strategy)’을 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는 위기 극복 이후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성장잠재력 확충 방안이 다수 포함됐다.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발등의 불’을 끄는 데 급급했던 올해 초 발표 때에 비해 가장 크게 달라진 대목이다.

○ 경기회복 흐름에 자신감 얻은 정부

정부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1.5%로 높인 것은 경제의 흐름이 일단 선순환으로 돌아섰다는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1분기(1∼3월)에 0.1% 플러스로 돌아선 한국의 전기 대비 성장률이 2분기(4∼6월)에는 1.7% 정도로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재정을 풀어 경기를 부추기는 기존 정책 기조를 바꾸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최근 나타나는 생산, 소비 부문의 회복 조짐은 상당 부분 재정지출에 힘입은 것이어서 경기 상승곡선이 언제든 꺾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재정부 당국자는 “아직까지 기업의 설비 투자와 고용이 부진해 민간의 자생력만으로 경제가 회복세를 이어가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하반기에 경기가 급격히 회복되면 출구전략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경기부양 정책을 계속 펴되 돈이 너무 많이 풀려 물가에 부담을 주는 사태에 대한 대비도 시작한 것이다.

윤 장관이 “감세(減稅)기조는 유지하겠지만 필요하면 비(非)과세 감면 정비를 통해 증세가 필요한 부분은 증세할 수 있다”고 말한 것도 출구전략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경기침체에서 벗어났다는 판단이 들면 축난 재정을 확충하기 위해 세금을 더 걷을 수 있다는 뜻이다. 유동성 흡수 방안으로는 주택담보대출 축소, 중소기업에 대한 여신심사 기준 강화 등이 우선적으로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지난해 금융위기 와중에 시중은행에 지원한 외화자금도 8월 말까지 회수할 방침이다.

○ 위기극복 이후 대응전략 마련

정부는 위기 이후의 도약을 위해 성장 동력을 확충해야 할 시기를 올 하반기로 잡았다.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민간의 풍부한 유동성을 구조조정, 신규산업 투자에 활용하기 위해 정부가 일부 금융지원을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수합병(M&A)을 위한 투자, 녹색산업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에 정부가 참여해 투자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것. 이와 관련해 정부는 기업이 투자를 결정하면 산업은행이 같은 규모의 금액을 공동으로 투자하는 ‘1 대 1 매칭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또 민간투자를 늘리기 위해 다음 달 2일 ‘투자 애로 해소 및 투자확대 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해 세제 및 재정지원을 확대하고 불합리한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11월까지 3차에 걸쳐 4만 개 중소기업의 신용위험도를 평가하고 기업 상황에 따라 구조조정을 추진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로 했다.

또 원가보다 낮은 전기·가스요금은 단계적으로 올리되 주택용과 농사용 전기요금은 당분간 동결하기로 했다. 주택용 가스요금 인상 폭도 최소화된다. 취약계층을 위한 무담보 소액신용대출(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이 밖에 여성 청년 고령자 등의 고용 기회를 넓히기 위해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단시간 근로(파트타임) 직원 채용을 늘리기로 했다.

○ “설비, R&D 투자 확대방안 보완해야”

전문가들은 당분간 확장적 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정부 방침에 대해 대부분 동의했다. 하지만 성장률과 관련해서는 “불가능하진 않지만 안팎의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너무 낙관적으로 본 게 아니냐”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정부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 4%는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서는 세계 경제의 회복 없이는 달성하기 힘든 목표”라고 지적했다. 반면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정부의 경제 전망은 ‘정책적 의지’의 표출인 만큼 너무 폄하할 필요는 없다”며 “다만 물가불안 없이 성장 기조를 중장기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정책 대안, 기업들의 투자 확대를 유도하기 위한 방안은 좀 더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출구전략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정부 발표대로 올해 ―1.5% 성장을 하려면 하반기에 경기가 빠르게 회복돼야 한다”며 “이렇게 되면 늦어도 올해 말에는 과잉 유동성에서 탈출하는 전략이 시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