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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원자력이다]고리원전,대한민국 미래의 밝은불 켠다

입력 | 2009-06-25 02:55:00


“두께 1.2m 외벽… 완벽 시공”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

《지난달 29일 오후 부산 김해공항에서 승용차로 달린 지 약 45분. 부산 기장군 장안읍에 위치한 유리 건물의 전망대에 도착했다. 그날따라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불어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전망대 안으로 들어섰다. 고개를 들자 전혀 예상치 못한 장엄한 광경에 기자는 깜짝 놀랐다. 오른쪽으로 공상과학만화에나 나올 법한 돔형 건물 4채가 서 있었다. 7년여 만의 공사를 마치고 1978년 4월 가동한 한국 최초의 원자력 발전소인 고리원전 1호기였다. 바로 옆에는 2, 3, 4호기가 차례로 자리 잡고 있었다. 30년 이상 된 건물이 울창한 산림 및 구름과 조화를 이뤄 한폭의 그림 같았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70m 높이의 신고리 1, 2호기 원전이 위용을 드러냈다. 아직 공사 중인 원전은 내부 속살을 훤히 드러냈다. 약 2km 떨어진 곳에는 차세대 한국형 표준 원전인 신고리 3, 4호기가 건설되고 있었다. 흙먼지를 날리며 트럭이 오가는 모습에 역동성이 느껴졌다.》

이곳은 한국 원전의 메카로 불리는 고리원전 현장이다. 한국 최초 원전이 자리 잡고 있을 뿐 아니라 차세대 원전이 한창 지어지고 있다. 원전은 현재 국내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역할을 맡고 있지만 앞으로 한국의 새로운 수출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안정성이 최우선.”

“치치치칫….” 신고리 1호기의 공사 현장에 들어서자 용접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4월 말 현재 84% 공정을 끝낸 상태여서 건물의 형태는 온전히 갖췄다. 직원들은 각종 전력선을 배치하고, 구조물 끝부분을 용접하고 있었다.

원자력 발전의 핵심 부분인 원자로는 이미 설치돼 있었다. 높이 70m의 돔 내부에서 하부 약 3분의 1 부분에 원자로가 자리하고 있었다. 만약 원전을 가동하고 있었다면 원자로가 설치된 돔 내부로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사가 아직 진행 중인 덕분에 기자는 돔 안에 설치된 구조물들을 직접 볼 수 있었다.

“보세요. 두께가 얼마나 두꺼운지. 가장 안쪽에 두께 6mm의 철판이 들어가고 그 주위를 철근 콘크리트로 칩니다. 그러면 약 1.2m의 외벽이 완성됩니다. 설혹 원자로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두께 1.2m짜리 돔이 방사성 물질 유출을 100% 막아줍니다.”

안내를 하던 오주탁 신고리 제1건설소 공사관리팀 차장이 설명했다. 원전이 건설된 상태에선 두께를 실제로 볼 수가 없다. 하지만 현재 자재 운반을 위해 지름 약 2m 크기로 뚫린 내외부 연결통로 덕분에 돔의 단면을 볼 수 있었다. 원자력발전소는 설계에서부터 용지 선정, 건설, 운전, 보수, 해체 등에 이르는 모든 단계에서 안전에 관련된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다. 특히 용지는 과거 여러 해 동안의 정밀조사(지질구조, 지진의 역사, 태풍, 기온, 강수량 등)를 거쳐 웬만한 자연재해에도 견딜 수 있도록 국제 기준에 의한 설계에 맞춰 건설된다. 그 때문에 공중에서 폭탄이 터지거나 리히터 규모 7 이상 규모의 강진에도 안전하다.

실제 1995년 일본 고베에서 규모 7.2의 강진이 나 도시전체가 폐허가 됐지만 인근 11개 원전은 아무런 피해도 보지 않았다.

○ 환경 친화적인 시설

2010년 12월과 2011년 12월에 각각 완공되는 신고리 1호기와 2호기는 돔 형태를 완전히 갖췄다. 특히 1호기는 돔의 덮개 공사까지 끝냈다. 2007년 4월부터 공사를 시작한 신고리 3, 4호기는 현재 공정률 9.39%를 보이고 있다. 각각 2013년과 2014년에 완공된다.

신고리 3, 4호기는 1, 2호기와 비교해 발전용량이 40만 kW 더 많고 수명도 20년 더 긴 60년이다. 신고리 3, 4호기의 연간 전력 생산량은 230억 kWh로, 울산 시민들이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이다.

원자력발전소 시공은 크게 돔 모양의 시설 공사와 취수 및 배수 시설로 나눌 수 있다. 신고리 원전은 독특한 취배수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신고리 1, 2호기는 배수구를 바다 멀리 깊숙한 지점에 설치했다. 신고리 3, 4호기는 아예 취수와 배수를 모두 깊은 바다에서 해결해 전혀 해안선을 파괴하지 않았다. 또 해수 온도 상승 문제도 없다고 고리원자력본부 측은 설명했다.

○ 한국의 자부심

해외 기술에 의존해온 국내 원자력은 1995년 한국표준형 원전(KSNP)을 개발함으로써 기술 자립의 기반을 마련했다. KSNP는 영광 3∼6호기와 울진 3∼6호기 등 8기에 채택됐다. 새로 건설되는 신고리 1, 2호기와 신월성 1, 2호기도 KSNP를 채택했다.

새로 건설되는 신고리 3, 4호기와 신울진 1, 2호기에는 국내에서 독자 개발된 또 다른 원자로인 APR1400형 원자로를 채택했다. APR1400은 가장 뛰어난 수준의 원자로로 KSNP에 비해 생산성이 1.4배 정도 더 높다.

한국은 원전 핵심 부분인 원자로를 제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또 원전 설계, 시공, 운영에 이르는 모든 분야에서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이런 기술력과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국 민관(民官)은 한국 최초의 원전 수출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태주 고리원자력본부장은 “한국은 원전 수출국이 될 충분한 자격을 갖췄지만 문제는 수출 경험이 없다 보니 해외에서의 인지도가 약한 편”이라며 “약 30년간 무사고 운전을 했을 뿐 아니라 원전 설계, 시공, 운영에 이르는 기술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원전 수출의 전망은 밝은 편”이라고 말했다.

부산=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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