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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구 “실감 패륜연기 경험서 나왔다”

입력 | 2009-06-04 08:07:00


‘마더’ 막말 대사 김혜자도 놀라… 학창시절 가출기억 연기에 녹여

“니가 나한테 그럴 수 있어?”

예정된 대사였는데도 ‘연기의 달인’으로 불리는 그녀조차 ‘반사적’으로 놀라며 순간 NG를 내고 말았다.

실수에 대한 일종의 뒷수습이자 한참 까마득한 후배 진구의 연기를 칭찬하는 의미로 김혜자가 던진 말은 이랬다. “아무리 영화 대사라도 그렇지, 참 뻔뻔하게 한다….”

이 상황은 영화 ‘마더’ 촬영 당시 벌어진 해프닝. 진구는 영화를 본 일부 관객들이 ‘반말 장면’이라 일컫는 문제의 “패륜 연기”.

이에 대해 그는 어찌 보면 과거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일지도 모른다는 ‘솔깃한’ 말을 이어갔다. “예전에 엄마한테 했던 것에 비하면…나는 정말 ‘개 쓰레기’였다”는 게 그 대답. 이 무슨 고백일까.

“지금은 재결합했지만 한때 부모가 따로 사셨어요. 중학교 시절 내내 가출해 있었다면 믿겨지세요. 엄마가 많이 힘들었지요.”

‘마더’에서 진구는 7년의 연기 경력을 뛰어넘는 ‘내공’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그가 맡은 진태는 비정함과 연민이란 전혀 상반된 감정을 경우와 때에 따라 적절히 섞는 어쩌면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갖춘 캐릭터라 할 수 있다. 어쩔 땐 신처럼 선하고, 어쩔 땐 지독한 악마성을 드러내는 게 바로 사람 아니겠는가.

‘마더’를 통해 ‘연기 잘하는 배우’로 공인받게 된 지금의 위치를 진구는 봉준호 감독의 공으로 돌렸다. “다만 몸을 빌려줬을 뿐” 손동작, 눈짓 하나까지 모든 것이 연출자의 작품이라며 그는 “다만 극중 베드신은 봉 감독의 어떤 주문도 없어 혼자 고민하며 연기한 것”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일까. 진구는 그 장면이 “가장 부자연스럽고 민망하다”고 했다.

‘마더’ 덕분에 그는 배우에게 꿈의 무대인 프랑스 칸 영화제에도 가봤다.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돼 레드카펫을 밟은 것. 당시 기분은 어땠을까.

“레드 카펫에 서 있는 배우들의 ‘뻘쭘한’ 포즈를 지적하시던데…그럴 수 밖에 없었어요. 실은 아무도 없는데 허공과 벽에 손짓하는 꼴이 된 것이지요.”

하지만 ‘저들은 누구’란 식의 냉담한 반응은 그러나 영화 상영이 끝난 후 180도 바뀌었다. 진구의 표현을 빌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른 것처럼” 영화를 향한 관객들의 태도는 표정으로 확연하게 드러났다.

“그때 혼자서 ‘썩소’(썩은 미소)를 날렸죠. 돌아와서 더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꼈어요. 한국영화가 세계시장으로 가기 위해선 더 많이 알리고, 보여주고, 잘 만들어야 되겠지요.”

허민녕 기자 justin@donga.com

사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영화 ‘마더’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