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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총장 사퇴로 검찰이 통째 흔들려선 안 된다

입력 | 2009-06-04 02:59:00


임채진 검찰총장이 어제 사표를 제출했다. 임 총장은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상상할 수 없는 변고로 인해 많은 국민을 슬프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번 사건 수사를 총지휘한 검찰총장으로서 진심으로 국민께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인간적인 고뇌로 평상심을 유지하기 힘든 제가 검찰을 계속 지휘한다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임 총장의 괴로운 심경은 이해된다. 그는 2007년 11월 임기 3개월을 남겨둔 노무현 대통령에 의해 검찰총장으로 임명됐다. 자신을 임명했던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지휘하는 자체가 중압감을 주었을 것이고, 수사 도중 발생한 노 전 대통령의 자살은 더없는 충격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2년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이 국민이 주시하는 수사를 마무리 짓기도 전에 사표를 낸 것은 적절치 못하다. 자살 책임을 검찰에 묻는 것은 야당과 좌파단체, 좌파언론이 검찰을 무력화(無力化)하려는 정치적 공세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인물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것도 그의 사표 제출 결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구속영장 기각으로 검찰이 부실수사, 무리한 수사 또는 별건 수사의 논란에 휩싸이는 것도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그러나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을 위한 세무조사 무마로비는 물론이고, 여러 전현직 국회의원과 고위 판검사, 지방자치단체장 등에 대한 수사가 아직 남아 있다. 임 총장은 야당과 반정부 세력 등의 공세로 가뜩이나 수세에 몰린 검찰의 처지를 깊이 숙고하고 그 보루가 됐어야 했다.

민주당은 법무장관 검찰총장 대검중앙수사부장의 파면을 요구하고 수사팀을 피의사실 공표죄로 고발했다. 이와 함께 수사과정에 대한 국정조사와 이 대통령 측근들에 대한 특검 수사, 중앙수사부 해체까지 주장한다. 그야말로 전방위적인 검찰 흔들기다. 임 총장의 사표가 자칫 야당의 공세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가져와서는 안 될 것이다.

임 총장은 노 전 대통령 사망 당일에도 사직서를 냈으나 김경한 법무장관이 반려한 바 있다. 이번에는 그의 의지가 워낙 확고해 돌이킬 수 없게 된 것 같다. 검찰총장을 새로 임명하려면 검증절차와 국회 인사청문회가 필요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검찰은 새 검찰총장이 임명될 때까지 문성우 대검차장과 이인규 중앙수사부장을 중심으로 박 전 회장 관련 수사 등 본업에 충실해야 한다. 검찰이 통째 흔들려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