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레이코프의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는 말(言)의 힘을 설파한다.
미국 민주당 싱크탱크인 저자는 ‘민주당이 공화당에 선거마다 번번이 지는 것은 프레임전쟁에서 이니셔티브를 놓치기 때문’이라고 파악한다.
현대사회는 총과 돈 싸움이 아니라 언어와 이미지 전쟁이다. 시오노 나나미의 통찰처럼 ‘인간은 있는 그대로의 현실보다 자기가 보고 싶은 현실을 보는 법’이다.
그래서 말로써 포지셔닝을 구축하고, 팀원을 단합시키는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은 리더의 미덕이다.
김인식 감독은 글로 밥 먹는 기자들도 인정하는 촌철살인의 대가다. 비정한 승부의 세계에서 김 감독의 말엔 여유, 인간미가 묻어난다.
에피소드 하나. 김 감독의 한화는 2007년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에 대패했다. 야간경기였는데 공식 인터뷰실에 김 감독은 선글라스를 쓰고 들어왔다.
김 감독은 ‘독배’로 여겨지던 WBC 감독직을 수락할 때 ‘명언’을 남겼다.
“조국이 있고 야구가 있다.” 자유주의적 성향이 강한 김 감독이지만 이 레토릭 한마디로 김 감독은 그 누구도 비판할 수 없는 포지셔닝을 확보했다.
그리고 WBC 4강전을 앞두고 김 감독은 “위대한 도전”이란 화두를 던졌다.
이 짤막한 문구로 대표팀의 빛나는 여정을 함축시켰다. 마치 인류 역사상 최초로 달에 착류한 뒤 닐 암스트롱이 했다는 “저에게는 작은 한걸음이지만 인류에겐 위대한 도약”이 연상된다.
김인식이란 리더(인간)가 신망을 얻기에 그의 메시지(말)까지 듣는 이의 공감을 불러올 수 있는 것이리라.
김영준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