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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들어보세요 그시절 그골목 이야기들

입력 | 2009-03-17 07:00:00


‘향촌동 귀공자’ 구상 시인의 화월여관… 삼성그룹 모태 삼성상회…

대구 중구, 역사-예술 따라가는 ‘골목투어’

문화해설사와 함께 한달에 3번 무료 진행

“자, 저쪽을 보세요. 저기는 1950년대 ‘향촌동 귀공자’로 불렸던 구상 시인이 거처로 이용한 ‘화월여관’이 있던 곳입니다. 당시 호텔급 여관으로 시설이 아주 좋았죠. 부근에 있던 백록다방에서는 화가 이중섭 씨가 담배 은박지에 그림을 그려 지인들에게 나눠 주었어요.”

14일 오전 9시 40분 대구 중구 향촌동 거리.

이날 중구가 실시한 ‘도시문화탐방 골목투어’에 참가한 시민 30여 명은 문화해설사인 김종석 씨(59)가 당시 향촌동의 내력을 이야기하자 메모를 하는 등 진지한 표정으로 귀를 기울였다.

김 씨는 “지금은 이 거리가 침체돼 있지만 6·25전쟁 전후 몇 년간 향촌동과 북성로 일대는 전국에서 몰려온 문인과 화가 등이 예술 혼을 불태우던 다방과 술집, 식당이 즐비해 ‘문화예술거리’로 불렸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자리를 옮겨가며 경상감영공원의 선화당, 징청각과 대구읍성의 유래를 들려준 뒤 최제우 동학교주가 투옥되었던 경상감영 옥(獄)터, 지역 최초인 종로초등학교와 이상화 시인의 생가, 삼성그룹의 모태가 된 삼성상회 등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날 투어는 신청자가 예상보다 많아 정원(20명)을 넘었다.

중구가 시민들에게 도심 골목을 돌며 역사와 문화를 들려주는 골목투어를 이날 시작했다.

이 투어는 올해 말까지 매달 셋째 주 목요일과 둘째, 넷째 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약 2시간 동안 총 50회가량 진행된다. 지역 문화해설사 8명이 번갈아 가며 참여할 예정.

신청은 홈페이지(gu.jung.daegu.kr)나 전화(053-661-2194)로 하면 되며 시민은 누구나 무료로 참가할 수 있다.

1코스는 ‘달구벌 그때 그시절’ 골목을 주제로 경상감영공원∼향촌동∼대구역∼종로초등학교∼달서문∼섬유회관∼오토바이골목∼삼성상회∼달성공원 구간으로 짜여 있다.

‘근대문화의 발자취’를 주제로 한 2코스는 동산선교사주택∼3·1만세운동길∼계산성당∼이상화·서상돈고택∼성밖골목∼제일교회∼염매시장∼종로∼진골목 등이다.

이 투어에 참가한 김일경 씨(47)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참가했는데 골목마다 다른 도시에 절대 뒤지지 않는 역사와 문화가 숨쉬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우리 고장에 대해 새삼 자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또 강주희 씨(22·여)는 “골목문화에 대한 전문지식을 봉사활동에 활용하기 위해 이 투어에 참가했는데 아주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중구는 이 투어를 활성화하기 위해 남성로(약령시)∼동성로∼교동 귀금속거리∼서문시장을 도는 코스와 국채보상공원∼야시골목∼봉산문화거리∼대구향교∼건들바위 등의 코스도 개발할 방침이다.

윤순영 중구청장은 “대구 한복판의 골목마다 스며 있는 역사와 문화의 향기, 골목을 누볐던 인물들의 발자취 등을 널리 알리기 위해 이 투어를 시작했다”며 “지역을 대표하는 도보 관광 상품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참가신청: gu.jung.daegu.kr 053-661-21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