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랄 프린트가 페미닌한 느낌을 주는 올봄 패셔니스트들의 머스트해브 아이템.’
패션 잡지나 백화점 홍보 전단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문구다. 굳이 쓰지 않아도 되는 외래어를 있는 대로 끌어다 쓴 것은 물론이고 어법에 맞지 않는 국적 불명의 외래어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현대백화점이 8일 이런 관행을 깨겠다고 선언했다. 우선 매년 3월 9일을 ‘현대백화점 한글날’로 정하겠단다. 직원들에게 우리말을 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잘못 쓰고 있는 전단 문구도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 전단을 만들 때 외래어,외국어 사용 빈도를 대폭 줄일 예정이다. ‘머니 베스트 아이템’은 ‘가치와 실속이 있는 상품’으로, ‘빅 브랜드 베스트 상품 컬렉션’은 ‘유명 브랜드 모음전’ 등으로 고치겠다는 설명이다.
다만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 하는 외래어는 철저히 표기법에 따르기로 했다. ‘캐쥬얼’은 ‘캐주얼’로, ‘수입브릿지’는 ‘수입브리지’로 바꿀 방침이다.
외국어나 외래어 사용 외에도 주어 및 서술어 관계를 명확히 하는 등 국어 문법에도 주의를 기울인다고 한다. ‘백화점 첫 세일이 시작됩니다’는 ‘백화점이 첫 세일을 시작합니다’로, ‘수익금은 복지단체에 기부됩니다’는 ‘수익금을 복지단체에 기부합니다’로 행동 주체인 백화점을 명확히 드러내기로 했다.
현대백화점이 자체 한글날까지 지정해 가면서 국어 바로 쓰기 운동을 펼치는 것에 대해 ‘뜬금없다’는 지적도 적지 않은 듯하다. 일각에서는 ‘우리말을 사랑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언론에 노출시키기 위한 ‘1회성 이벤트’라는 비난도 나온다.
하지만 우리말 바로 쓰기 운동이 한글날(10월 9일) 전후로만 반짝 빛을 보다가 이내 사그라진다는 현실을 감안할 때 비록 한 백화점 차원이지만 이 ‘뜬금없는’ 우리말 바로 사용하기 운동이 반갑게 느껴진다. 잡지나 홍보 전단 외에도 인터넷 등에서 외래어와 비속어가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모처럼 기업 차원에서 시작된 우리말 바로 쓰기가 ‘운동’이 아닌 ‘일상’으로 자리 잡길 기대해 본다. 머지않아 잡지나 전단, 인터넷 등에서 ‘꽃무늬로 장식한 여성스러운 의상으로 올봄 멋쟁이들의 필수품’이라는 문구도 볼 수 있길 바라며….
이원주 산업부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