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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5만원권 ‘12중 장치’로 위폐 차단

입력 | 2009-02-26 03:00:00


‘띠형 홀로그램’ 보는 각도 따라 3가지 무늬 출현

흔들면 무늬 움직이는 ‘입체 은선’ 등 신기술 적용

사용 편리해지지만 물가인상 부추길까 우려도

한국은행은 5만 원권 발행을 결정하면서 위조지폐가 늘어날 가능성을 가장 걱정했다. 가짜지폐 1장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이 비슷하다면 화폐 위조범은 액면가가 큰 돈을 위조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은은 일반인이 식별할 수 있는 12가지 최첨단 위조방지 기술을 5만 원권에 적용했다. 5만 원권에 동원된 기법은 △띠 모양 홀로그램 △입체형 부분노출 은선 △색변환 잉크 △특수 볼록인쇄 △일반 볼록인쇄 △오른쪽으로 갈수록 커지는 일련번호 △숨은 인물초상 △숨은 숫자 △숨은 은선 △태극무늬 특수인쇄 △상단에서 하단으로 이어지는 무늬인쇄 △무지개 인쇄 등이다.



이 가운데 띠 모양 홀로그램과 입체형 부분노출 은선은 기존 한국 지폐에선 사용된 적이 없는 새로운 기술이다. 지폐 왼쪽 끝부분에 새겨진 띠 모양 홀로그램은 보는 각도에 따라 색상이 바뀌면서 태극문양, 한반도 지도, 4괘의 3가지 무늬가 차례로 나타난다.

지폐 중앙에서 약간 왼쪽으로 치우친 부분에 부착된 입체형 부분노출 은선은 청회색의 특수필름 띠로 미국의 100달러짜리 신권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지폐를 상하로 흔들면 은선에 새겨진 태극무늬가 좌우로 움직이고, 좌우로 흔들면 무늬가 상하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앞면의 신사임당 초상이나 뒷면의 월매도를 손으로 만져보면 오톨도톨한 감촉을 느낄 수 있어 시각장애인도 위폐 여부를 가릴 수 있다.

5만 원권이 6월부터 시중에 풀리면 일상 경제생활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같은 금액을 소지하기 위해 지갑에 넣고 다녀야 하는 지폐의 수가 줄고, 현금지급기에서 수십만 원을 뽑는 데 걸리는 시간이 단축된다. 또 10만 원짜리 자기앞수표 대신 5만 원권을 이용하는 사람이 늘면 자기앞수표의 제조와 관리에 드는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는 자기앞수표를 발행하거나 관리하는 데 연간 2800억 원의 비용이 들었다.

반면 5만 원권 발행으로 물가가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같은 5만 원이라도 1만 원짜리 5장으로 쓸 때는 많아 보이던 금액이 5만 원짜리 1장으로 쓰면 적게 느껴지는 착시현상 때문에 전반적으로 생필품 가격 등이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뇌물사건의 경우 현금의 부피가 크게 줄면서 거래가 더욱 은밀해져 수사기관이 적발해내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동아닷컴 신세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