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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案 당에 위임” 10분만에 끝낸 당정 회의

입력 | 2008-11-21 02:57:00

머리 맞댄 당정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20일 열린 고위당정회의에서 정부와 한나라당 지도부가 경제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날 당정은 종합부동산세 개편방안 마련을 당에 위임하기로 했다. 이훈구 기자


결론 없이 서둘러 종료… “진지한 논의 부족” 지적

黨 ‘과세기준 6억 유지하며 1주택자 3억 공제’ 가닥

정부와 한나라당은 20일 고위당정회의를 열고 종합부동산세 개편방안 마련을 당에 위임했다. 한나라당은 국회 법안심의 과정에서 야당과 협의를 거쳐 최종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당정은 이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박희태 당 대표와 한승수 국무총리 등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차명진 당 대변인이 밝혔다.

차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한나라당이 종부세와 관련한 여야 간, 당정 간 의견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도록 포괄적인 위임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 만든 종부세 개편안을 보고했다. 하지만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야당과의 협상이 불가능하다. 개편안을 일방 처리하면 후폭풍이 정기국회를 마비시킬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고 한 총리는 “당이 주도적으로 여야 간 의견조율에 나서 달라”며 서둘러 진화했다.

이에 따라 종부세 개편안에 대해선 구체적인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10분 만에 회의가 끝나 진지한 논의를 하지 못한 데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단 한나라당이 종부세 개편안 논의에서 주도권을 쥐게 된 만큼 △과세 기준 △1주택 장기보유자 판단 기준 △세율 인하 및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 금액) 구간 변경 등 핵심 의제에서 정부보다는 당의 견해가 반영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는 종부세 부과 기준으로 ‘공시가격 9억 원 초과’를 주장하고 있지만 당은 지금처럼 ‘6억 원 초과’로 하되 부부 동거 1주택자에 대해 3억 원의 기초 공제를 해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1주택 장기보유자는 정부가 ‘3년 이상 보유’를, 당은 ‘8∼10년 이상 보유’를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 최경환 수석정조위원장은 “8년 이상 보유 때 세액을 공제해주는 게 아니라 과표를 공제하는 방안”이라며 “6억 원이 종부세 부과 기준 금액이라고 하면 8년 이상 보유 때 9억 원까지는 세금을 안 매기고 9억 원 초과분에 대해 세금을 물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율과 관련해서는 당 안에서도 이견이 많다. 정부와 한나라당 정책위는 개편안에서 제시한 0.5∼1%를 고수하고 있지만 홍 원내대표와 서병수 기획재정위원장은 일부 조정을 시사했다.

정책위는 세율 인하보다는 과표 구간 변경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정부가 개편안에서 ‘6억 원 이하, 6억 원 초과∼12억 원 이하, 12억 원 초과’로 단순화했지만 12억 원 초과 부분에 한 구간을 더 넣어 좀 더 세분하거나 과표 구간을 전체적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종부세 개편은 조세개혁의 일환으로 부자와 서민을 갈라놓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