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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불멸의 패션 각광 ‘문신’ 불치의 얼룩 조심

입력 | 2008-11-07 02:57:00


《‘브란드르(Brandr).’ ‘불로 지진다’는 뜻의 고대 스칸디나비아 어. ‘브랜드(Brand)’란 단어의 기원으로 알려진 이 말은 고대 유럽에서 노예나 가축의 주인을 표시하는 데 불에 달군 쇠로 화인(火印)을 찍던 풍습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21세기까지 남아 있는 풍습 중 이와 같은 것을 찾자면 그것은 아마도 문신일 것이다. 누군가의 몸에 지워지지 않는 표식을 새겨 ‘브랜드(정체성)’를 표현하는 것. 과거 ‘어둠의 세계’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문신이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하나의 ‘패션’으로 받아들여지며 대중화되고 있다.》

● 패션코드로 인식 국내서도 인기

회사원 김모(29) 씨의 등에는 팔뚝만한 크기의 문신이 있다. ‘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의 라틴어 구절이다. 그는 매일 샤워를 하거나 옷을 갈아입을 때 이 글귀를 보고 ‘유한(有限)한 삶을 후회없이 살자’고 다짐한다.

대학시절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가 문신을 했다는 김 씨는 “평소 좋아했던 글귀를 몸에 간직하고 싶었다”며 “문신을 멋진 액세서리처럼 여기는 문화를 접해서인지 특별한 거부감은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문신을 새기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여름에는 거리, 클럽, 해변 등 어디에서나 등이나 어깨, 팔, 다리, 발에 크고 작은 다양한 문신을 새긴 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이들은 주로 해외연수나 인터넷 등을 통해 ‘평범한 사람도 문신을 하는’ 서구문화를 경험한 젊은 세대다. 특히 최근 몇 년간 국내외 스타들 사이에서 문신이 하나의 패션코드로 크게 유행하면서 일반인 사이에서도 이 같은 문신이 일종의 트렌드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할리우드의 유명 여배우 앤젤리나 졸리, 세계적인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 등은 계속해서 문신 영역이 ‘확장(?)’되고 있는 대표적 문신 애호가. 국내에서도 류승범, 공효진, 옥주현, 차승원 등 패셔니스타들을 비롯해 빅뱅의 권지용, 동방신기의 영웅재중 등 인기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문신을 새겼다.

● 관심만큼 커가는 국내시장

문신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은 생각보다 뜨겁다. 각종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문신’을 주제어로 넣어 검색하면 150여 개의 문신 관련 사이트, 1400개가 넘는 문신 클럽이 나온다.

문신을 해주는 사람(타투이스트)도 늘어나고 있다. 국내의 한 타투이스트는 “홍익대 일대에서 활동하는 타투이스트만 해도 어림잡아 400명은 될 것”이라며 “그 수는 점점 더 느는 추세”라고 말했다.

문신은 모양과 크기, 색깔에 따라 수도 없이 다양하지만 크게는 약 6가지로 그 장르를 구분할 수 있다.

△레터링(영어, 한글, 아랍어 등 다양한 언어로 원하는 글귀를 새겨넣는 것) △블랙&그레이(색의 사용을 배제하고 검은색의 명암도를 달리해가며 새겨넣는 문신) △이레즈미(용, 잉어, 꽃 등 동양적 소재를 화려한 컬러로 거대하게 새겨넣는 문신. 일명 ‘야쿠자 문신’으로 불린다) △올드 스쿨&뉴 스쿨(다양한 소재와 만화적 색감이 특징인 서양의 문신) △트라이벌(원시 부족들이 몸에 새기던 주술적, 기하학적 문양의 단색 문신) △리얼리스틱(사진을 박은 듯 사람이나 사물의 모습을 정교하게 새겨넣는 문신) 등이다.

문신 관련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각 장르의 문신에 뛰어난 타투이스트를 문의하거나, 자신이 원하는 소재를 기반으로 직접 디자인한 문신 도안을 평가받으려는 사람들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패션 차원에서 하는 문신은 자신의 이미지와 맞는 디자인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돌아가신 아버지의 얼굴을 새긴다거나 옛 연인의 이름을 새기는 식으로 의미를 담아서 문신을 하는 분들도 많죠. 화상이나 수술 자국을 가리기 위해 문신을 하는 분들도 있어요.”(타투이스트 JJ 씨)

국내의 또 다른 타투이스트는 “상당수의 고객은 조니 뎁, 시에나 밀러, 니콜 리치, 저스틴 팀버레이크 등 패셔니스타들의 문신 디자인을 따라하지만 일부 문신 마니아들은 자신이 원하는 장르에 강한 해외 유명 타투이스트를 찾아 보다 정교하고 개성 있는 문신을 받기도 한다”고 전했다.

● 아직은 ‘불법’…부작용 줄일 대안 필요

타투이스트들의 문신이 합법인 미국, 캐나다 등 서구와 달리 현재 국내에서는 원칙적으로 의사가 아닌 사람이 시술하는 모든 문신은 불법이다. 그렇다보니 국내 타투이스트들의 활동에는 제약이 따르고 그 수준도 해외에 비해 일천하다는 것이 그들의 자평(自評)이다.

한 타투이스트는 “국내에는 타투이스트라고 부르기 민망한 수준의 문신 시술자들도 있는 게 사실”이라며 “타투이스트 양성 과정도 전문적이지 않아 기본적인 위생관념도 없이 시술에 나서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문신 비용을 마련할 능력이 없는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 인터넷으로 산 문신 장비로 서로를 시술해주는 일명 ‘마루타 식’ 문신까지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남 CU클린업피부과 송민규 원장은 “문신 시술은 피부 진피 깊숙이 색소를 주입하기 때문에 잘못하면 흉터나 2차 감염, 성병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문신을 제거하려면 컬러의 종류나 색소의 깊이에 따라 수차례 반복치료가 필요한 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문신제거 시술을 받으려면 문신을 새기는데 들어간 비용보다 몇 배나 더 비싼 값을 치러야 한다.

국내 유명 타투이스트 유시 씨는 “문신은 한번 새기면 평생 벗을 수 없는 옷과 같다”며 “한때의 유행을 좇아 충동적으로 몸을 맡겨서는 안 된다. 문신은 반드시 깊이 생각하고 입는 ‘명품’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초부터 활동무대를 로스앤젤레스로 옮긴 그는 “미국에서는 문신 컨벤션만 연간 100여 회나 열릴 정도로 문신은 엄연한 문화산업이자 예술 장르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며 “국내 문신 환경도 하루빨리 전문적이고 양성적인 방향으로 조성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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