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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야구장은 전쟁터”

입력 | 2008-09-17 16:47:00


겉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이를 악물었다.

이승엽(32·요미우리)은 16일 요코하마 방문경기에 앞서 아베 신노스케 등 동료들과 몸을 풀면서 농담을 주고받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되자 웃음은 사라졌다. 그에게 야구장은 '일본 야구 그리고 자신과 싸우는 전쟁터'이기 때문이다.

1-0으로 앞선 1회 2사 1루에서 1루수 뜬공으로 물러난 이승엽은 2회 팀 공격 때 더그아웃에서 사라졌다. 공수교대 직전에 다시 나타난 그의 몸은 땀으로 젖어 있었다. 경기장 뒤편에서 남 몰래 스윙 연습을 하고 온 것.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황태훈 기자

그리고 3회 2사 1, 2루에서 요코하마 왼손 선발투수 나스노 다쿠미의 초구를 끌어당겨 우중간 담장으로 넘겼다. 그는 4회 2사 1루에서 우시다 시게키의 2구, 6회 2사 1루에서 오타 아토리의 초구를 공략해 각각 2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한 경기에서 3명의 투수를 상대로 2구 이내에 홈런을 쳐 낸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

요코하마 스타디움은 "이승엽 홈런!" "이겨라 이승엽!"을 외치는 함성으로 가득했다. 경기장 곳곳에는 대형 태극기가 휘날렸다. 기자실에서는 이승엽이 3연타석 홈런을 날리자 "아!스고이(대단하다)"라는 탄성이 쏟아졌다.

요미우리는 이승엽의 5타수 3안타 3홈런 7타점 원맨쇼에 힘입어 요코하마를 14-1로 꺾었다.

이승엽은 경기 직후 덤덤했다. "그동안 부진했고 이제 한 번 잘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공략하자고 마음먹었죠. 자신감 있게 방망이를 휘두른 게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네요."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황태훈 기자

이승엽은 "3연타석 홈런은 2004년 일본 진출 후 처음"이라면서도 "특별히 노린 공은 없었다. 직구를 노리고 있을 때 상대 투수의 변화구가 치기 좋게 들어왔다"고 덧붙였다.

이승엽은 아직도 스윙이 완벽하지 않다고 했다. 타격할 때 지난해 수술한 왼손 엄지 부위에 통증을 느끼고 있다.

이제 팀의 센트럴리그 막판 역전 우승에 힘을 싣겠다는 게 이승엽의 다짐이다. 베이징 올림픽 준결승과 결승에서 불방망이를 휘둘렀던 그 때를 떠올리며….

요코하마=황태훈 기자beetlez@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황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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