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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성길 북한인들 ‘김정일 와병설’ 모르는듯

입력 | 2008-09-12 02:57:00



이틀동안 중단됐던 국경출입 재개

본보 구자룡 특파원 北中접경 단둥 르포


“뭘 사가지고 가나?” “술 너무 많이 마시면 지방간 걸린다니 조심해.”

“(여권 사진을 보며) 너 얼굴 잘 찍어. 자칫 테러리스트로 보일 수도 있어.”

11일 오전 10시 중국 랴오닝(遼寧) 성 단둥(丹東) 시 세관 출입국사무소 앞.

손에 선물 보따리를 든 7명의 북한 청년이 출국 수속을 기다리며 나누는 대화 내용이 간간이 들렸다.

이들은 북한에서 김책공대 등 명문대를 나와 단둥에 있는 정보기술(IT) 업체에서 일하는 고급 인력으로 중추절을 맞아 고향으로 가는 길이라고 현지 소식통이 귀띔했다.

북한의 국경절 기념행사로 9, 10일 이틀간 중단된 단둥의 국경 출입이 재개되면서 기차역과 세관 등은 북한으로 돌아가는 사람들로 붐볐다.

중국에 나온 북한 사람들에게 생활 잡화를 주로 판매하는 ‘북한인 거리’인 세관 길 건너편 첸진제(前進街)의 상점들도 대부분 문을 열고 손님을 맞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와병설로 외신이 며칠째 떠들썩하지만 단둥에서 접한 북한인들의 대화나 압록강만을 사이에 둬 북한과 가깝다는 단둥에서 김 위원장의 신변에 대한 소식은 듣기 어려웠다.

이날 오전 압록강 변. 산책과 아침체조를 위해 나온 시민 몇 사람에게 김 위원장의 와병설을 물었으나 아는 사람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한 50대 남자는 “얼마 전 북한의 영변 냉각탑 폭파는 TV뉴스로도 나와 알았지만 김 위원장이 쓰러졌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지 신문인 단둥일보와 압록강만보도 김 위원장 관련 소식은 없었다. 단둥의 중국 인민해방군 변경수비대에도 김 위원장 신병과 관련해서는 특이사항이 없었다고 한 소식통이 군 관계자의 말을 빌려 전했다.

단둥의 한 호텔 엘리베이터에는 ‘신의주 1일 690위안, 평양 개성 묘향산 2600위안(약 40만 원)’이라는 광고판이 붙어 있다. 이곳 여행사들은 중국에서 유일하게 북한 단체 관광객 모집이 가능하다.

단둥 시내에는 ‘한국 조선상품 종합판매점’이나 북한인 전문 거리가 있고 ‘옥류관’ ‘삼천리’ ‘고려식당’ 등 8개의 북한 식당이 있다. 북한 ‘달러벌이 일꾼’도 3000명가량 나와 있는 곳으로 추정된다.

단둥이 북한에는 외부로 통하는 ‘해방구’와 같은 곳이어서 그나마 북한 소식이 많이 전해지는 곳이다. 하지만 ‘거리는 가깝고 소식은 너무 먼 곳’이라는 사실이 새삼 와 닿았다.

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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