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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속의 오늘]佛작가 에밀 졸라 英망명

입력 | 2008-07-19 03:00:00


에밀 졸라는 대학입학시험에 떨어지고 출판사 영업부에서 근무했다. 이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비참한 시대상을 소설에 담았다.

‘목로주점’(1877년)에서는 파리 노동자의 비참한 삶을, ‘나나’(1880년)에서는 고급 창녀를 통해 상류계급의 부패상을, ‘제르미날’(1885년)에서는 광부의 노동쟁의를 다뤘다.

그는 사회현상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소설에 적용해 ‘자연주의’라는 장르를 탄생시켰다. ‘소설은 과학이다’라는 이론을 ‘실험소설론’(1880년)에 정리했다.

에밀 졸라는 드레퓌스 사건과 관련해 1898년 1월 13일 ‘나는 고발한다’는 글을 발표해 프랑스를 들끓게 만들었다.

드레퓌스는 군사기밀을 독일에 팔아넘겼다는 혐의로 반역죄로 기소돼 종신 유배형을 받은 장교였다.

군부는 프로이센-프랑스전쟁 패전의 책임을 면하기 위해 유대계인 드레퓌스를 희생양으로 삼았다. 에밀 졸라는 증거를 조작하고 은폐했거나 방조한 인물을 하나하나 거론했다.

“나는 뒤 파티 드 클람 중령을 고발합니다. 그는 법적 오류를 야기한 악마적인 장본인이었습니다. 나는 펠리외 장군과 라바리 소령을 고발합니다. 그들은 극악무도한 편파적 수사를 펼치는 죄를 저질렀습니다. 나는 1894년 제1차 군사법정을 고발합니다. 그들은 불법적으로 전달된 비밀 자료에 근거하여 피고에게 유죄 판결을 내림으로써 법을 위반하는 죄를 저질렀습니다.”

“대통령 각하, 진실은 이처럼 단순합니다. 그리고 이 무시무시한 진실은 당신의 통치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길 것입니다. …진실이 땅속에 묻히면 그것은 조금씩 자라나 엄청난 폭발력을 획득하며, 마침내 그것이 터지는 날, 세상 모든 것을 날려버릴 것입니다.”

간단하면서도 도발적인 제목의 이 글로 프랑스는 양분됐다. 진실을 밝히라는 요구와 터무니없다는 주장이 맞섰다.

에밀 졸라는 행동하는 지식인의 상징이 됐지만 1898년 7월 19일 영국으로 망명했다. 군부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1년 징역형을 선고받은 직후였다.

그는 드레퓌스가 사면받자 이듬해 고국으로 돌아왔다가 1902년 의문의 질식사로 세상을 떠난다. 프랑스 최고재판소가 재심에서 드레퓌스에게 무죄 판결을 내리기 4년 전이었다.

송상근 기자 song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