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美민주당 오바마 후보는 왜 한미FTA 반대할까

입력 | 2008-05-31 02:52:00


‘세계화에 회의’ 美 여론 편승

전통지지층 결집 다중포석

○ 오바마 당선된다면

행정부내 자유무역 압력 증가

부속 협상후 찬성 선회할수도

○ 한국의 대응전략은

쇠고기 등 걸림돌 제거후

美 의회 적극 설득 나서야

■ 美 전문가 4인 인터뷰

버락 오바마 미국 상원의원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는 단순한 선거용인가, 뿌리 깊은 신념인가.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를 사실상 굳힌 오바마 의원이 지난 주말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보낸 한미 FTA 반대 서한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8일 사설에서 “오바마 의원의 한미 FTA 반대 때문에 미국인들이 비싼 대가를 치를 수 있다”고 비판했다.

본보는 30일 워싱턴의 국제무역 및 의회 전문가 4명을 만나 민주당의 보호무역주의와 한미 FTA의 향배를 들어봤다.

헤리티지재단의 테러 밀러(전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파견대사) 국제무역센터 소장,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IIE)의 마커스 놀랜드 선임연구원, 제프리 쇼츠 선임연구원, 하원 외교위원회의 데니스 핼핀 전문위원(공화당) 등이 인터뷰에 응했다.

Q. 민주당은 왜 FTA를 그토록 반대하나=전문가들은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기반, 현 단계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 대선 전략 등 세 가지 요인이 결합된 것으로 분석했다.

밀러 소장은 “민주당이 항상 보호무역주의적 태도를 취했던 것은 아니다. 빌 클린턴 정부 시절 자유무역을 신봉했던 적이 있다”며 “문제는 현 단계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에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내에는 생산성의 변화, 시장의 변화 등으로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있는데 사람들은 현상이 어려울 때 늘 외부적인 것, 즉 무역 같은 것을 공격하기 쉽다. 민주당 후보들이 대중의 그 같은 고통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핼핀 전문위원은 “대부분의 노조는 제2차 세계대전 이래 FTA가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고 주장해 왔다”며 “민주당 지지 성향 유권자 중 5분의 1은 가족 중에 노조원이 포함돼 있다. 노조의 위세가 과거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민주당엔 무시할 수 없는 존재”라고 말했다.

Q. 오바마 의원의 한미 FTA 반대는 노조를 의식한 단순한 선거 전략인가, 뿌리 깊은 신념인가=놀랜드 연구원은 “둘 다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점점 더 세계화에 회의적이 되어가고 있다. 대선 후보도 유권자들의 그런 선입견에 부합하는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다. 특별히 노조만을 의식한 게 아니다. 오바마 의원은 이미 노조의 지지를 상당히 확보했다.”

쇼츠 연구원은 “단순한 선거 전략은 아니다”라며 “선거운동 과정에서 오바마 의원이 표현하는 FTA에 대한 우려는 의회 내 민주당 지도부의 견해와 꼭 닮았다”고 지적했다.

Q. 오바마 의원이 당선되면 태도가 바뀔까=놀랜드 연구원은 “미국 정치 역사에선 선거 때의 발언과 실제 취임 후 정책이 다른 경우가 많았다”며 “추정이지만 오바마 의원도 당선 후 한미 FTA에 대해 그런 전통을 따를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클린턴 전 대통령은 선거 때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반대를 역설하다 취임 후 의회 통과를 밀어붙였으며 중국 지도부를 ‘베이징의 학살자’라고 말했지만 취임 후엔 최혜국 지위를 줬다는 것.

밀러 소장은 “‘오바마 행정부’에도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무역대표부와 재무부 관리, 경제보좌관들이 있을 것”이라며 “따라서 정부 내에서 자유무역을 추진해야 한다는 압력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핼핀 위원은 “개인적으로는 오바마 의원이 반FTA 신념을 굽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쇼츠 연구원도 “경선이 끝나면 FTA 비판론이 다소 완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지만 이미 한 약속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Q. 당선 후 태도를 바꾼다면 어떤 방식으로=놀랜드 연구원은 “오바마에게 최상의 상황은 새 정부 출범 전 의회가 FTA를 통과시켜 주는 것이지만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은 오바마 당선 이후 가능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NAFTA 때처럼 오바마 의원과 민주당 지도부가 ‘한미 FTA가 개선됐다’고 주장하면서 찬성으로 선회하는 걸 정당화할 수 있는 부속 협상이 이뤄지는 것이다. 오바마 의원은 노동과 환경, 안전 문제를 협상하려 할 텐데 한국은 그런 분야에서 문제가 없다. 그러므로 정치적 무대를 꾸며주기 위한 쉬운 협상이 될 것이다.”

밀러 소장은 “민주당 지도부의 FTA 정책에 반대 압력이 점점 증가하고 있어 대타협이 가능하다”며 현재 여야가 논의 중인 ‘무역조정지원제도(TAA)’를 예로 들었다.

“고용보험 등 근로자들이 실업에 대처할 수 있도록 공공지출을 늘려 자유무역의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는 방식에 양당이 합의한다면 민주당도 반대를 누그러뜨릴 것이다. 한미 FTA도 그 패키지 속에서 대타협이 가능할 수 있다.”

Q. 한국의 대응전략은=밀러 소장은 “일단 쇠고기 문제를 해결해 걸림돌을 제거한 뒤 미국 의원들을 차분하면서도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작업을 벌여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FTA에 관해 벌어지고 있는 매우 감정적인 토론을 적절히 관리하고 조절할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놀랜드 연구원은 “한국 국회가 FTA 비준동의안을 즉각 통과시켜 모든 책임을 미국에 넘겨야 한다”며 “그러면 미 의회가 한미 FTA를 통과시켜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된다”고 말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