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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메리츠, 지분대결 시작…제일화재 주가 급등

입력 | 2008-04-22 19:07:00


한화그룹이 적대적 인수합병(M&A) 위기에 놓인 제일화재의 '백기사'로 나서면서 제일화재를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22일 제일화재의 주가는 전날에 비해 2300원(14.7%) 급등한 1만7950원으로 마감해 5거래일 동안 73.43%나 급등했다. 한국증권선물거래소는 이날 제일화재를 23일자로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날 제일화재 주식 약 60만 주가 한화증권을 통해 집중적으로 매입됐다"며 "한화그룹이 제일화재 주식 매집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한화 지분인수 승인까지 1개월 이상 걸려"

한화그룹은 이날 금융위원회에 한화건설, 한화L&C, 한화갤러리아, 한화리조트, 한화테크엠 등 5개 계열사가 제일화재 지분을 인수하는 것을 승인해달라는 서류를 제출했다.

보험업법에 따르면 한화 계열사는 제일화재 최대주주(김영혜 씨)의 특수 관계인이어서 제일화재 지분을 1% 이상 사기 전에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김 씨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누나이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주주의 적격성, 인수자금의 성격 등을 판단해 2주일에 한 번 열리는 금융위원회에서 최종 승인 결정을 내린다"며 "법적으로는 60일 이내에 결정하도록 돼 있으며 이번 결정에도 1개월 이상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메리츠화재와 그 계열사는 제일화재의 대주주(10%)가 되기 전까지는 금융당국의 사전승인 없이 주식을 사 모을 수 있다.

메리츠화재 측은 "24일까지 김 씨에게 보낸 인수제안서의 답변을 기다린 뒤 제안서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25일부터 속전속결로 주식을 최대한 사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경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금융당국의 사전승인 요건으로 볼 때에는 촉각을 다투는 지분확보 싸움에서 메리츠화재 측이 유리한 위치에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양 측 금융당국 승인 뒤 공개매수 대결할 듯

이에 대해 한화그룹은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는 데 시간이 걸린다면 다른 계열사를 통해 각각 1% 미만으로 지분을 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메리츠화재 측은 "한화가 대주주의 친인척을 돕는다는 안팎의 시각에 부담을 느껴 비상장 계열사 위주로 제일화재 지분 인수에 나서고 있다"며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이 까다로워 많은 계열사를 동원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주가가 연일 상한가를 치고 있어 양측이 시장에서 주식을 사 모으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따라서 양측은 금융당국에서 지분 취득에 대한 승인을 받은 뒤 특정 주가로 인수가격을 고정할 수 있는 공개매수 방식으로 지분확보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제일화재가 '제3자 배정방식'의 유상증자(增資)를 통해 한화에 지분을 몰아주는 방안에 대한 얘기가 나오지만 M&A 성패의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KB자산운용, 그린화재 측이 주가하락에 대한 우려로 반발할 수 있어 가능성이 낮은 편이다.

●증시 전문가들 "메리츠화재, 잃을 게 없다"

전문가들은 메리츠화재가 한화 측이 강하게 반발하는데도 적대적 M&A를 노리고 있는 이유는 지금이 손보사 대형화의 적기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이철호 연구원은 "대기업 집단이나 시중은행들이 보험사 인수를 잔뜩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이라도 시장에 남아 있는 보험사를 M&A하지 않으면 영영 성장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K증권사의 관계자는 "메리츠화재는 M&A에 성공하면 손보업계 3위를 넘볼 수 있을 만큼 기업가치가 오른다"며 "실패하더라도 이미 사들인 제일화재 지분의 매입단가가 1만 원 안팎에 불과해 나중에 엄청난 주가차익을 올릴 수 있어 잃은 게 많지 않다"고 말했다.

장원재기자 peacechaos@donga.com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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