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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카페]‘빅3 매물’ 싸고 은행들 동상이몽

입력 | 2008-04-14 02:59:00


《“하이닉스반도체는 대규모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업종의 특성상 금융회사가 관리하기 힘들다. 매각 절차를 시작해야 한다.”(우리은행)

“하이닉스는 사겠다고 나선 곳이 없다. 주주협의회를 열어 원매자가 많은 현대건설부터 팔겠다.”(외환은행)

“대우조선해양을 매물로 내놓은 마당에 하이닉스, 현대건설 매각까지 추진하는 건 부담스럽다. 특히 현대건설 매각은 부실에 책임이 있는 옛 현대가(家)의 인수자격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한국산업은행)》

현대건설, 하이닉스, 대우조선은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의 매물 ‘빅3’로 꼽힙니다. 매각대금만 수조 원인 이 기업들을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재계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이 큽니다.

이 기업들은 부실화했다가 워크아웃을 거쳐 회생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워크아웃 졸업 후에도 채권단 합의가 늦어져 짧게는 2년, 길게는 7년간 매각이 지연됐다는 것도 공통점입니다.

대우조선은 최근 산은이 매각에 착수했지만 현대건설, 하이닉스는 채권은행들이 각자 의견을 내세우는 바람에 전망이 불투명합니다.

금융권에는 우리은행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에서 본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외환, 산업은행이 충돌하는 현대건설 대신 하이닉스를 먼저 매각하려 한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외환은행이 현대건설을 먼저 매각하려 하는 것은 이 은행의 대주주인 론스타가 하루빨리 투자자금을 회수하고 한국을 떠나려 하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현대건설, 하이닉스, 대우조선은 각각 수조 원의 공적자금을 삼킨 후 되살아난 기업들입니다. 국민의 혈세(血稅)가 들어가 주가도 올랐고 지금은 수천억 원의 순이익을 내고 있습니다.

이들이 국민에게 끼친 고통을 직접 보상하기는 힘듭니다. 좋은 기업이 되어 고용을 창출하고 관련 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으로 보답할 수밖에 없지요. 은행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 은행의 이익을 위해서만 다툴 것이 아니라 이 같은 문제를 고려해 가장 효과적인 매각 방법을 함께 찾는 것이 도리겠지요.

장원재 기자 경제부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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