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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디자인 사수 작전’

입력 | 2008-03-28 03:07:00


美 디자인 베낀 디자이너-유통업계 잇달아 피소

업계, 카피제품에도 특허권 침해 소송 움직임

디자이너 업계가 명품 디자인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카피 제품’을 만든 업체나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이를 판매한 대형 유통업체에도 책임을 묻는 사례가 늘고 있다. 카피 제품은 명품과 똑같은 디자인의 제품에 다른 상표를 붙인 것을 말한다.

앤젤리나 졸리를 비롯한 할리우드 스타들이 애용하는 명품 구두 브랜드 ‘스튜어트 와이츠먼’은 오래전 특허로 등록해 놓은 버클 장식의 붉은색 신발 디자인을 그대로 베낀 마크 터커 씨와 이를 판매한 백화점 체인 ‘JC페니’를 1월 뉴욕 법원에 고소했다.

215달러짜리 구두를 흉내 낸 카피 제품의 가격은 오리지널의 20분의 1도 안 되는 9.99달러. 스튜어트 와이츠먼은 또 다른 디자인을 그대로 베낀 제품을 판매한 유통업체 ‘시어스’도 제소해 해당 제품을 매장에서 치우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한국 여배우들이 각종 시상식에 입고 나와 유명해진 ‘다이앤 본 포스텐버그(DVF)’도 최근 자사 원피스의 얼룩무늬 디자인을 그대로 베낀 제품을 시중에 판매한 유통업체 ‘타겟’을 고소했다.

유명 브랜드 제품을 정교하게 위조한 ‘짝퉁’들로부터 상표권을 지키는 차원을 넘어서 이젠 ‘카피 제품’에 대해서도 특허권 침해 소송을 내 디자인의 가치를 지키려는 움직임이다.

물론 일각에는 카피업체가 오리지널 디자인을 모방할수록 디자이너들이 좀 더 새롭고 창의적인 디자인을 창조해야 하기 때문에 디자인 카피는 궁극적으로 패션의 진보를 가져온다는 주장도 있다.

아이작 미즈라히 같은 유명 디자이너는 카피 제품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하고 2003년 아예 저가 디자인 제품을 직접 만들어 유통업체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그러나 ‘독창적 디자인’에 대한 권리를 찾으려는 디자이너들의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CFDA)는 최근 디자인 자체를 3년간 보호해 주고 이를 어긴 업체에 25만 달러 또는 제품당 5달러씩의 벌금을 물리는 내용의 ‘디자인도용금지법(Design Piracy Prohibition Act)’을 통과시키기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펴고 있다.

한편 디자이너업계는 카피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도 부심하고 있다. 스튜어트 와이츠먼은 최근 일간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티타늄, 철과 같이 모방하기 어려운 소재로 신상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