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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교육혁명중]지자체공교육 성공모델 日아키타현

입력 | 2008-02-14 02:59:00

지쿠잔 초등학교 4학년의 수학 수업. 본래 3개인 학급을 각자 선택한 4개의 반으로 나눠 수업하고 있다. 학생들이 문제를 풀면서 ‘나눗셈’을 총정리하고 있다(위). 6학년 요리실습 시간에 담임교사, 영양사, 보조강사 등 모두 세 명이 한 학급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아래). 아키타=서영아 특파원


“계산 → 1반, 도형 → 2반” 열도가 놀란 ‘그룹학습의 힘’

《“아키타가 일본의 핀란드?” 지난해 10월 43년 만에 부활된 전국학력고사 결과에서 일본 혼슈(本州)의 최북단 아키타(秋田) 현이 최상위를 차지하자 일본에서는 이런 말이 나돌았다. 일본에서도 춥고 척박하고 자살률이 높기로 유명한 아키타 현은 과거 조사에서는 거의 모든 과목에서 평균 이하를 기록했던 곳. 아키타의 교육 관계자들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비결 찾기에 분주했다.》

작년 ‘43년만의 전국 학력고사’서 최고 점수

수준별로 나누되 학생은 느끼지 못하게 배려

혼슈 최북단 척박한 지역 ‘민-관 한마음’ 결실

일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전 세계 만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에서 이른바 ‘유토리(여유) 교육’ 세대의 학업성취도 순위가 갈수록 떨어지자 위기감을 느끼고 핀란드 등 교육선진국을 벤치마킹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유토리 교육을 접고, 1965년부터 폐지됐던 전국학력고사를 43년 만에 부활시킨 것.

일본 교육 관계자들은 소규모 학급 운영과 수준별 수업 등을 통한 아키타 교육 부활의 비결에 주목하고 있다. 빠듯한 예산 때문에 완전한 소규모 학급은 어렵지만 학과별 단원별로 3개 학급을 4, 5개 반으로 나눠 수준별 수업을 진행하면서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약한 부분 보충” 방과 후에도 남아 공부=아키타 시립 지쿠잔(築山)초등학교를 찾았을 때 4학년 3개 학급 90여 명이 ‘수와 계산’ ‘나눗셈’ ‘도형’ ‘문장과 계산’ 등 4개 반으로 나뉘어 지금까지 배운 것을 문제풀이를 통해 정리하고 있었다.

하마다 마코토(濱田眞) 교장은 “4개의 반은 겉으로는 흥미와 개성에 따라 나눈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준별로 나뉜 것”이라고 귀띔한다.

학생에게는 자신이 약한 부분을 보충한다는 생각으로 반을 고르게 하고 교사들이 넌지시 권유도 한다. 과목과 단원에 따라 일시적으로 ‘헤쳐 모여’를 하므로 학생들은 우열을 가리는 것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게 특징이다.

그래도 성취도가 떨어지는 학생에게는 방과 후 학습을 권한다. 본인이 원하지 않는다면 강제하지는 않지만 “나눗셈이 완성되지 않은 학생은 남아서 더 공부하자”고 하면 대부분 기분 좋게 남는다.

같은 시간 5학년은 3개 학급을 주제별로 6개의 작은 반으로 나눠 종합학습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중 한 반에서는 ‘야채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학생 3명이 설문조사와 인터뷰, 자료조사를 통해 정리한 것을 급우들 앞에서 발표하고 있었다. 6개반 중 한 반은 강사가, 또 한 반은 대학생 교사가 지도한다.

반면 2학년 체육시간은 3개 학급을 한꺼번에 묶어 교사 6명이 흩어져 뜀틀과 마루운동을 단체로 지도했다.

이 학교는 아키타에서도 선구적으로 1961년부터 이 같은 ‘팀 티칭’을 실시해 왔다. 수준별 학습은 단계별로 학습 수준이 확실히 갈리는 수학이나 과학, 체육 같은 과목에서 많이 이뤄진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다시 전체가 함께 공부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하마다 교장은 “한 번 수준별로 나뉘면 계속 그대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아 고민”이라고 말했다.

▽교수-대학생들도 수업 참가=전국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3학년생 중 거의 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학력고사에서 아키타 현은 광역단체별 평균정답률에서 초등 6학년이 국어와 수학의 A(지식)와 B(응용) 등 네 분야에서 1등, 중학교 3학년생은 전 과목 2, 3위를 차지하는 성적을 올렸다.

아베 노보루(阿部昇) 아키타대 교육문화학부 교수는 “아키타의 공교육이 부활한 배경에는 학교 현장과 행정, 민간의 노력이 종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아키타 현 교육위원회는 2001년부터 소규모 학급 정책을 도입했다. 우선 초등학교 1, 2학년과 중학교 1학년의 학급 정원을 30명 내로 낮췄다. 다른 학년에는 각 교실에 비상근강사를 배치해 수준별 그룹학습을 하기 쉽게 했다.

특이한 것은 과학과 수학의 하위권 학생을 끌어올리기 위해 2005년 현 교육위원회 내에 독자적으로 설치한 ‘수학 학력향상 추진반’이다. 4명의 교사가 학교를 돌며 수업 개선에 대한 조언을 하고 단원마다 문제지를 작성해 인터넷으로 배포한다.

이에 따라 각 학교가 시험 결과를 입력하면 곧바로 현 평균성적과의 비교 데이터가 산출된다. 교사들은 네트워크로 연결돼 자신의 수업을 끊임없이 체크하고 반성할 수 있다.

현지 대학도 협조적이다.

스즈키 사토루(鈴木了) 아키타 현 교육위 의무교육과 부주간은 “2000년대 초반부터 국립 아키타대 교수와 대학생들이 방과 후 교실이나 여름방학 학습교실에서 지도하는 것은 물론 대학교수가 출장 수업을 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보충수업에 참가하는 대학생은 매년 연인원 100여 명에 이른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아키타에서는 중학교의 80%, 초등학교의 60%에서 보충수업을 실시하고, 중상위권 학생들을 위한 보충수업을 따로 실시하는 학교도 적지 않다.

▽교원 수준 높고 철저한 학교 중심 교육=교육 전문가들은 아키타의 사회분위기와 생활환경도 우수한 학업성취도와 연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키타에서는 지역과 가정이 학교를 지원하는 전통이 강하고 교육은 철저히 학교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일본 언론에서는 이번 문부과학성 조사 결과를 두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아침밥을 먹는 규칙적인 생활이 학력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학력조사와 동시에 행해진 학습 환경에 대한 조사 결과 ‘집에서 복습을 한다’는 아키타 학생의 비율은 전국 평균(40.1%)보다 초등학교는 35%포인트, 중학생은 25%포인트 높았다.

지난해 초등학교 교원채용시험 경쟁률이 도쿄 2.9 대 1, 오사카 2.8 대 1인 데 비해 이 지역은 27.7 대 1을 기록하는 등 최근 수년간 전국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스즈키 부주간은 “아키타에서는 어정쩡한 생각을 갖고는 교사가 될 수 없다”며 “아키타의 높은 교사 수준이 학생들의 학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아키타=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춥고 낙후된 지역환경 되레 학습몰입 기회로”▼

지쿠잔 초등학교 하마다 교장

“직접 아이들을 가르쳐봐야 현장 분위기를 알 수 있습니다. 또 제가 가르치는 시간만큼 교사들은 다른 업무를 볼 수 있으니 일석이조입니다.”

수학교사 출신인 하마다 마코토(사진) 지쿠잔 초등학교 교장은 지금도 한두 개 단원은 스스로 교단에 서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그는 책장에서 노트를 꺼내더니 자신이 수업한 단원에 대한 현 교육위원회의 테스트 결과를 보여줬다. 원리 부분은 현 평균보다 점수가 높지만 응용 문제로 가면 정답률이 떨어졌다.

“기초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응용 부분을 강조하지 않았습니다. 제 수업의 결과가 아이들의 학력에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는 걸 알 수 있죠. 이런 경험이 스스로 반성하는 계기도 되고, 교사들에게 조언할 수 있는 참고자료가 됩니다.”

―일본 학생들의 학력 저하 원인으로 유토리 교육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유토리 교육은 이미 오래전에 개선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 있습니다. 다만 아키타의 경우는 워낙 낙후돼 유토리로 인한 공백의 대체물이 없었다는 것이 오히려 행운이 됐습니다. 도시 학생들이 남는 시간에 학원에 가거나 다른 흥밋거리에 빠진 데 비해 아키타의 학생들은 학교에서 보완책을 찾을 수밖에 없었지요.”

―놀 곳도, 학원도 없는 현실이 오히려 공교육 강화에 도움이 된 겁니까.

“우리도 정부 정책에 따라 수업시간은 줄였지만 방과 후 학생들이 갈 곳이 없으니 학교에 남아 공부하고 클럽 활동도 합니다. 그리고 집에 가서 복습하고 일찍 자지요. 교사들도 아이들을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책임감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아키타의 교육은 과거 일본 교육의 장점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점에서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아키타는 일본의 핀란드’라는 말조차 들립니다.

“춥고 척박하며 놀 곳이 별로 없다는 점, 스스로 일하지 않으면 먹고살 수 없는 현실을 일찌감치 깨닫고 자립심을 키워간다는 점에서 핀란드와 아키타의 환경은 닮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종의 ‘헝그리 정신’이 생겨나는 거지요.”

아키타=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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