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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의 눈]‘진흙 속의 진주’ 캔 동구권 한국기업들

입력 | 2007-12-28 02:57:00


‘턱밑까지 늪에 빠져 발밑의 진주를 건지는 일.’

러시아와 동유럽권에 진출한 한국기업 지사장들이 현지 비즈니스의 위험과 기회를 얘기하면서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늪 속에 있는 진주를 잘만 건지면 수익률 높은 사업을 벌이지만 잘못하면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을 위험도 있다는 것.

한국 대기업들은 러시아와 동유럽권에 진출해 20년 가까운 업력(業歷)을 쌓고 있다. 그런데 올해 한국 대표기업들이 동유럽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선두 자리를 한두 곳씩 일본과 유럽 기업에 내주어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아직 동유럽권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2004년부터 러시아 시장에다 건자재를 판매한 LG화학, 1997년 불가리아에서 변압기 공장을 인수한 현대중공업 등은 동유럽권 진출 기업들에 새로운 희망을 주고 있다.

LG화학 윤명훈 모스크바지사장 등 한국 직원 4명이 25일 회사의 올해 매출을 계산한 결과 1억7000만 달러(약 1598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4년 전에 비해 8배가 넘는 액수였다. 내년에는 ‘러시아 진출 5년 만에 매출 10배 신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사가 ‘진주’를 캔 배경에 대해 윤 지사장은 “한국 기업의 서비스 정신을 적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LG화학은 지사를 설치하면서 건자재 시장에 내놓을 창틀을 러시아 양식으로 바꿔서 생산해 줄 것을 본사에 요청했다. 러시아 시장에서 건설경기 붐이 일면서 이 회사의 창틀은 불티나게 팔렸다. 고객 수요를 미리 파악해 맞춤형 생산과 판매를 준비한 것이 성공의 비결이었다.

루마니아 공장에 1000만 달러를 투자한 현대중공업은 올해 변압기 부품 생산으로 매출 4000만 달러(약 376억 원)를 올렸다. 이 회사 구경본 법인장은 “원천 기술을 갖고 있던 공산주의권 회사를 적시에 인수해 시설 투자에 집중한 것이 흑자 전환의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 제품의 낮은 브랜드 인지도, 현지 직원들의 턱없는 임금 인상 요구와 잦은 이직, 로컬 기업과 유럽 기업들의 공세 등이 이들 회사에는 넘지 못할 늪이 되지 않았다.

정위용 모스크바 특파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