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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눈에 갇힌 마을… “성탄절은 어떡해”

입력 | 2007-12-22 02:55:00


◇ 또 하나의 선물, 기적/클라우디오 가르덴기 글, 그림·심봉희 옮김/80쪽·8000원·베틀북(초등2∼5년용)

“처마 밑에는 고드름이 주렁주렁 줄지어 달렸고, 졸졸 흐르던 개울물은 꽁꽁 얼어 있었다. 사람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은 깨끗한 눈을 보고 있노라면, 한 손 가득 떠서 입에 넣어 보고 싶어졌다.”

그렇지만 창밖의 모습이 아름다워질수록 사람들의 얼굴은 어두워진다. 추위가 계속되면서 땔감이 줄어들고, 그치지 않는 눈 때문에 온통 길이 막혔다. 이불 속에 푹 파묻힌 소년은 아무 걱정이 없지만, 소년의 방 너머에서 먹을거리가 달려 걱정하는 부모님의 얘기가 들려온다.

책의 배경은 한 시골 마을. 눈이 펑펑 쏟아지는 아름다운 묘사로 시작한다. 문체는 서정적이어서, 폭설로 절박한 상황에 이르러서도 차분하다. ‘아빠와 나는 토끼 여덟 마리를 닭장 안에 넣어 둘 참이었다. 얼마 전에 토끼 두 마리가 얼어 죽었기 때문이다. 토끼들은 닭장 안으로 들어가더니 닭들 옆에 꼭 붙어 앉았다. 아마 살아남기 위한 본능이었을 것이다.’ 며칠 뒤면 크리스마스지만 어쩌면 소년은 선물을 못 받을지도 모른다.

성자의 탄신일은 그것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삶에 대해 새로운 성찰을 하도록 이끈다. 이 이야기는 예수의 탄생일이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를, 조용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통해 보여 준다.

음식이 얼마나 남았는지 생각하면서 초조해하고 땔감이 없어 남의 집 닭장을 헐기도 하지만, 그래도 마을 사람들은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면서 ‘기적’을 기대하게 된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아침.

기적이 일어났다. 눈이 그쳤다! 그렇지만 작가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다. 오랜만에 냄비 수리공 노인 부부가 마차를 끌고 마을을 찾아왔다. 어떻게 그 폭설을 뚫고 왔는지 마을 사람들은 신기하기만 하다. “폭설 때문에 아무도 우리 마을로 들어올 수가 없었는데, 어떻게 들어오셨나요?” “우리는 날아서 왔다네.” 앗, 그러고 보니 할아버지가 키가 매우 크고 코 아래로 수염이 길게 나 있는 것이, 산타클로스와 비슷하게 생겼다. 수리공은 산타 할아버지일까?

작가는 산타 할아버지에 대한 추측에서 살짝 비켜나면서 환상적인 에피소드를 부드럽게 끌어들인다. 냄비 할아버지도 폭설 때문에 목숨을 잃을 뻔했다는 것, 그런데 마차가 붕 날아올라 어린아이가 생일잔치하는 곳에 내려줬다는 것, 그 아이가 할아버지에게 눈에 갇힌 마을에 찾아가 달라고 부탁했다는 것.

아이는 예수를 상징할 테고, ‘눈이 그쳤다’는 선물을 갖다 준 냄비 할아버지는 아마도 정말 산타클로스일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이 이야기가 크리스마스라는 계기를 통해 ‘사랑’이라는 주제를 환기시켜준다는 것이다. 먹을거리도, 몸을 덥힐 땔감도 없어져 사람들의 마음은 척박해져 가지만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서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소년은 아직껏 크리스마스에 대한 판타지를 품고 있지만, 어른들의 걱정이 이제 더는 어른들만의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 동화는 크리스마스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한 소년이 성장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