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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江動月移石, 溪虛雲傍花

입력 | 2007-12-10 02:59:00


江(강)은 원래는 고유명사로서 지금의 중국인이 長江(장강)이라고 부르는 강이다. 장강은 길이가 무려 6300km에 이르는 긴 강. 자연히 지역마다 다른 이름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이나 서양인이 말하는 揚子江(양자강)은 장강의 하류에 속하는 揚州(양주) 일대의 강이다. 河(하) 역시 원래는 黃河(황하)를 가리키는 고유명사였다. 動(동)은 강물이 흐르는 것을 가리킨다. 移(이)는 옮기다 또는 바꾸다의 뜻이다. 여기의 月移石(월이석)은 그늘졌던 다른 바위에 달빛이 비춤을 가리킨다.

虛(허)는 비었다는 뜻이다. 溪(계)는 골짜기 또는 그곳을 흐르는 작은 시내를 뜻한다. 雲(운)은 구름이다. 傍(방)은 여기에서는 흐릿하다 또는 모호하다는 뜻이다. 보통은 옆이라는 뜻으로 많이 쓰인다. 傍觀(방관)은 옆에서 본다는 뜻이다. 傍若無人(방약무인)은 옆에 마치 사람이 없는 것 같다는 말로, 언행에 어려워함이 없이 멋대로 구는 행위를 가리킨다. 雲傍花(운방화)는 구름에 가려 꽃이 분명하게 보이지 않는 것을 가리킨다.

강이 흐르듯 시간도 흐르니 달빛이 그늘졌던 다른 바위를 비춘다. 텅 빈 강가 작은 골짜기에는 구름에 가려 꽃도 흐릿하게 보인다. 마치 작자의 막연한 앞날을 암시하는 듯하다. 작자는 이어서 읊었다. “새는 이곳에 살아 옛 길을 알 터인데, 돛단배는 지나가다 어느 누구의 집에 머물까.”

달빛 비치는 강 주변의 모습을 그린 한 폭의 그림과도 같다. 지금도 어느 산간 강변은 그런 모습이리라. 그 모습이 비록 쓸쓸하기는 해도, 날마다 알파벳 석 자에 떠들썩한 우리네 속세와 비할 바는 아니다. 杜甫(두보)의 ‘絶句六首(절구육수)’ 중의 마지막 시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