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으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본관 스튜디오에서 열린 주요 대선 후보 첫 합동 TV토론회에서 6명의 후보가 정치 외교 안보 통일 분야 등 주제별로 질의와 답변을 주고받으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왼쪽부터 한나라당 이명박, 무소속 이회창,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창조한국당 문국현, 민주노동당 권영길, 민주당 이인제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대선후보 6명 첫 합동 TV토론
《한나라당 이명박, 무소속 이회창,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창조한국당 문국현, 민주노동당 권영길, 민주당 이인제 후보 등 주요 대선후보 6명의 첫 합동 TV토론회가 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본관 스튜디오에서 열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로 오후 8시부터 2시간 동안 열린 이날 정치 외교 안보 통일 분야 토론회에서 대선 후보들은 북한 핵 문제 해법 등을 둘러싸고 열띤 논쟁을 벌였다. 후보들은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해 한목소리로 비판했으나 북핵 해법 및 한미 관계,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이 엇갈렸다. 대북 정책에 대해 이명박 후보는 북핵 폐기와 인도적 지원 병행을, 이회창 후보는 대북 상호주의 원칙 적용을, 정 후보는 남북 공조와 한미 공조 병행을 주장했다. 권력구조 개편에 대해서는 대통령 4년 중임제 찬성 의견이 많았지만 신중한 추진론이 많았다. 이날 정치 분야의 질문은 ‘권력구조 개편과 헌법 개정’에 국한됐지만 정 후보가 검찰의 BBK 수사 공정성 문제를 계속 제기해 이명박 후보와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 북핵-대북정책
북한 핵 문제, 햇볕정책 등 대북정책과 관련해 한나라당 이명박, 무소속 이회창,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선 후보 등 ‘빅3’는 보수층을 끌어안으면서도 서로 차별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치열한 신경전을 폈다.
이명박 후보는 ‘대북정책 유연성’을 강조했고, 이회창 후보는 ‘원칙과 신념’을, 정 후보는 보수층을 의식한 듯 한미동맹을 강조하면서도 ‘국가적 자존심’을 내세웠다.
▽대북 지원=이명박 후보는 “누구나 평화를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은 갖고 있지만 10년 동안 (햇볕정책으로) 북한 주민을 따뜻하게 만들지 못한 결과를 말해야 한다”면서 “인도적 지원은 계속해야 하지만 이산가족 문제, 국군포로 문제, 납북자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후보는 “(이명박 후보는) 작년 핵실험 때는 전쟁불사론에 가깝게 외치고, 북-미관계가 진전되자 유화론을 폈다”면서 “외교의 기본은 신뢰와 일관성인데 이명박 후보는 상황에 따라 자주 말을 바꿨다”고 공격했다.
이회창 후보는 대북 문제에 관한 ‘진짜 보수론’을 들고 나왔다. 그는 “남북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 지도자가 확실한 철학과 원칙을 갖는 것”이라며 “(이명박 후보처럼) 이 자리에 가서 이렇게 이야기하고, 저 자리 가서 저렇게 이야기하면 무늬만 보수지 진짜 보수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이인제 후보는 “(이명박 후보가) 햇볕정책 10년이 북핵 문제로 실패한 것이라고 결론지은 것 같다”면서 “(북핵은) 중대한 도발이고 잘못된 일이지만 (햇볕정책은) 피할 수 없는 정책이었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국제법상 근거도 없는 북방한계선(NLL)을 영토선이라고 주장하면 전쟁으로 갈 수밖에 없다”면서 “이명박 후보는 NLL을 여전히 영토선이라고 고집하고 있느냐”고 따졌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는 “이명박 이회창 후보가 말하는 상호주의는 미국이 진행하는 일괄처리 방식과 반대”라면서 “이미 북한에 미국의 외교연락소가 있으며 이를 가속해 남북과 미국이 함께하는 새 경제협력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핵 문제=이회창 후보는 “2002년 대선 직전 북한이 핵보유국을 선언했을 당시 권영길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북핵은 실제로는 아마 없을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큰 규모의 지원 협력을 해야 북핵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면서 “가만히 있는데 자꾸 돈을 주고 지원하면 어느 바보가 핵을 포기하겠느냐”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서 이명박 후보는 “북한이 실질적으로 핵을 폐기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면서 “그렇다면 북한 핵이 폐기될 때까지 남북관계가 단절돼야 하느냐”고 이의를 제기했다.
정 후보는 “북핵 문제의 핵심은 북-미관계이지만 서로 신뢰가 없기 때문에 남북 및 한미 공조가 필요하다”면서 “미국이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대통령 당선자가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후보는 또 “6자회담 참가국들은 동쪽으로 가고 있는데 이회창 이명박 후보는 서쪽으로 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문국현 후보는 “북핵 문제는 재앙이었지만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면서 “북-미 수교를 통해 (북핵 문제를) 일괄 처리함으로써 남북 북-미 러시아 캐나다 일본이 연계해 환동해경제권을 만들 기회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이인제 후보는 “정 후보가 통일부 장관으로 재임할 때 북핵 사태가 터졌는데 (정 후보가) 모두 장밋빛으로만 이야기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권영길 후보는 이인제 후보를 향해 “당적을 바꾼 만큼이나 대북정책도 너무 많이 변해 갈피를 못 잡겠다”고 비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정기선 기자 ksch@donga.com
■ 권력구조 개편
▽권력구조 개편 필요성엔 공감=후보들은 대체로 대통령 4년 중임제로의 권력구조 개편 등을 포함한 개헌 필요성에 공감했으나, 국민 동의를 얻어 신중히 추진할 문제라는 태도였다.
이명박 후보는 “4년 중임제와 5년 단임제, 내각제 모두 장단점이 있다. 다만 권력구조 개편은 국민 의사를 신중히 물어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헌법 개정 시 여성 기본권과 환경 사안도 함께 반영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동영 후보는 “4년 중임제가 상식이지만 국민은 먹고사는 것이 우선이다. 급하게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헌법에 국민이 쾌적한 생활을 누릴 ‘주거권’을 명문화하겠다”고 말했다.
이회창 후보는 “앞으로 50년, 100년을 내다보는 국가 개조의 큰 그림이 필요하다. 중앙정부는 외교 국방을 맡고 지방정부에 나머지 권한을 이양하는 싱가포르 핀란드 등과 같은 ‘강소국(强小國) 연방제’를 실시하게 되면 세계 최고의 경제강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국현 후보는 4년 중임제와 함께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100명 선으로 늘리는 방안을 제안했고, 권영길 후보는 “주택·토지 공개념과 무상의료, 무상교육을 명문화하겠다”고 했다. 이인제 후보는 대통령이 외교 안보를 전담하는 대신 다수당 대표가 국무총리를 맡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옹호했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 계속된 BBK 공방
6일 열린 주요 대선 후보 첫 합동 TV토론회의 주제는 정치 통일 외교 안보 분야로 한정돼 있었지만 이번 대선의 최대 이슈가 된 ‘BBK 사건’ 공방이 재연됐다. 사회자가 토론회 도중 “토론 주제 범위 안에서 말씀해 주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특히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가 계속 BBK 문제를 꺼냈다. 정 후보는 모두발언에서 “솔직히 이 자리에서 탈세와 위장, 각종 거짓말 의혹이 있는 후보와 나란히 앉아 토론한다는 것이 창피스럽다”고 포문을 연 뒤 “어제 검찰은 (BBK 의혹을) 세탁하려고 했는지 몰라도 진실에는 변함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정책을 토론하는 자리인데 정 후보는 전쟁하러 나온 것 같다. 평화주의자가 아닌 것 같다”고 맞받았다.
이 후보는 이어 “정 후보는 한국 검찰을 믿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범죄자의 얘기는 믿고 검찰은 안 믿는다는 거냐”며 “검찰은 정동영, 노무현 정권이 임명했다. ‘북조선 검찰’이 와서 조사하면 믿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정 후보는 자신의 대북 정책을 말하는 대목에서 “이 후보는 그 범죄자와 동업하지 않았느냐. 이 정부 들어 대한민국 검찰을 국민 품으로 돌려보냈는데 검찰은 그걸 악용해 이 후보에게 안겼다”고 반격했다.
이 후보도 “어제 검찰 조사결과로 모든 것이 밝혀졌다. 이제 2002년 김대업 식 공작정치와 구태정치는 바뀌어야 한다”고 맞불을 놓았다.
하지만 정 후보는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의견을 말하는 중에도 “김경준 씨의 혐의를 두둔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죄는 미워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다. 검찰이 (김 씨를) 협박하고 회유해서 진실을 생매장하고 개인의 인권을 유린한 것이다”고 공격을 이어갔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