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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朴, 패자이면서 승자 ”이재오 “진지한 반성부터 ”

입력 | 2007-08-25 03:01:00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왼쪽)가 24일 경선 이후 처음 서울 여의도 당사에 출근해 황우여 사무총장(오른쪽)을 비롯해 당직을 맡은 의원들에게 당무 보고를 받고 있다.이종승 기자


■ ‘朴 껴안기’ 엇갈린 기류

朴측 “이재오, 그런 말 했다면 섭섭하고 답답”

박사모 “경선무효 소송 등 법적 대응 나설 것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는 2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보좌진협의회 주최 ‘2007 국정감사 및 대선 압승을 위한 워크숍’에 참석해 “박근혜 전 대표가 한국정치를 업그레이드했다”고 극찬했다.

반면 이 후보 캠프의 좌장격인 이재오 최고위원은 이날 “이명박 후보 캠프와 박근혜 전 대표 측 인사들이 진정으로 화합하려면 양쪽 모두 진지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의 발언과 캠프 관계자들의 태도가 엇갈리면서 경선 후 한목소리로 ‘화합’을 외쳤던 이 후보와 박 전 대표 진영 사이에 갈등 기류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연일 박 전 대표 칭찬하는 이 후보=이 후보는 이날 축사를 통해 “박 전 대표는 패자이면서 승자의 모습을 보여 줬다”면서 “나는 그 점을 대단히 고맙게 생각하고 그 뜻을 살리기 위해 이번 대선에서 이겨야겠다고 생각한다. 박 전 대표는 경선에서 한국 정치사에 보기 드문 마무리를 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 “한나라당이 긴 경선과정을 거치면서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는 것은 모두의 승리로 정치사상 전례 없는 일”이라며 “많은 사람이 치열한 경쟁을 통해 하나가 될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나는 그것을 의심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반성부터 해야”=이 최고위원은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박 전 대표 측이) 진정으로 하나가 되겠다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며 “정치적 이해관계에만 급급해 화합과 상생을 하자는 것은 오래가지 않는다. 이해관계가 틀어지면 또 분열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박 전 대표 측을 끌어안는 ‘탕평인사’에 대해 “갈라먹기 식으로 구태를 재연하면 오히려 국민으로부터 비판 받는다”며 “저쪽도 감정을 가라앉힐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나. 9월 말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할 때까지 한 달 동안 술도 먹고 대화도 하면서 풀어 가면 된다. 시간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2선 후퇴’ 논란에 대해서는 “지금은 캠프도 없어졌다. 그런데 2선으로 후퇴를 한다면 최고위원직을 그만두라는 얘기냐”며 “이제는 당의 최고위원으로서 이 후보를 지키고 대통령으로 당선시키기 위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 최고위원은 이날 이 후보가 당무보고를 받는 자리에 최고위원으로는 유일하게 참석했다. 이 최고위원은 “당무를 관장하는 최고위원들은 모두 참석하는 자리인 줄 알았다”고 해명했다.

▽“왜 외곽 조직 운영하나” vs “그래도 화합”=이 후보 측에서는 박 전 대표 측이 경선 이후에도 일부 외곽조직을 그대로 운영하고 있는 데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한 경선 과정에서 이 후보에게 공세를 퍼부은 ‘검증 주역’들까지 주요 자리에 배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이 후보의 한 측근은 “지난 6개월여 동안 이 후보를 ‘범법자’ 취급해 온 사람들이 이렇다 할 견해 표명도 없이 태도를 바꾼다면 국민이 보기에도 민망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 측의 김재원 전 대변인은 MBC 라디오에 출연해 이 최고위원의 ‘반성부터 해야 한다’는 발언에 대해 “그런 말을 했다면 저희는 섭섭하고 답답하다. 그렇게 따지기 시작하면 마찬가지로 반대논리도 성립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전 대변인은 “지금 상태에서 가능하지도 않은 이야기를 두고 낙마니 어쩌니 말했다고 다른 말을 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반박했다.

그래도 이 후보 측의 대세는 ‘반성’ 여부에 관계없이 일단 대선에 경험이 있고 능력 있는 박 전 대표 측 인사들을 선대위에 기용한다는 것이다.

이 후보의 한 핵심 측근은 “박 전 대표에게 사전 동의를 구한 뒤 대상 인사들의 영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입 대상자로는 박 전 대표 캠프의 K 부실장, C 팀장 등이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경선 무효 소송 내겠다”=박 전 대표의 지지모임인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정광용 대표는 “한나라당을 상대로 경선무효 소송을 내는 등 법적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대표는 이날 “승부를 판가름한 여론조사는 일반 투표자의 1표보다 5.67배의 가중치를 둬 1인 1표라는 평등선거 원칙을 위배했을 뿐 아니라 경선 과정 중에 휴대전화 기표지 촬영사건 등 부정의혹이 있다”며 “28일경 경선무효소송과 대선후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선 이후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경선불복 시위 중인 박사모는 25일 오후 2시 당사 앞에서 대규모 ‘불법부정경선 규탄대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