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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속의 오늘]1990년 ‘사랑과 영혼’ 美개봉

입력 | 2007-07-13 03:08:00


“I love you, Sam(사랑해요, 샘).”

“Ditto(동감이야).”

여자는 항상 남자의 사랑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은 아무리 연애에 서툰 남자라도 익히 알고 있는 ‘작업의 정석’ 1호.

하지만 이 남자, 문제 있다. 좀처럼 입에서 ‘사랑한다’는 말을 꺼내지 않는다. 진짜 사랑하는 사이에선 ‘사랑’이란 단어를 함부로 거론해선 안 된다는 굳은 신념이라도 있는 걸까.

사랑한다는 말 대신 남자가 습관적으로 내뱉는 이 한마디, ‘동감이야’. 애정에 굶주린 여자의 속은 계속 타들어 간다.

1990년 7월 13일 미국에서 개봉된 ‘사랑과 영혼’은 많은 남자의 입버릇을 망쳐 놓았다. ‘사랑한다’는 간지러운 말을 굳이 안 해도 저렇게 간단히 여성을 제압하는 방법이 있었다니….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매력남’ 샘(패트릭 스웨이지)과 그의 연인인 도예가 몰리(데미 무어). 이 행복한 한 쌍에게 어느 날 불행이 찾아온다. 괴한의 습격을 받고 샘은 저세상으로 가고 몰리도 악당에게 생명과 재산을 위협받는다.

육체를 이탈해 유령이 된 샘은 그제야 진가를 드러낸다. 물건을 집어 올리기도 하고 산 사람을 때릴 줄도 아는 ‘슈퍼 유령’인 그는 몰리를 악당의 공격에서 지켜 낸다. 그리고 평생 남자 친구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듣지 못한 불쌍한 몰리에게 드디어 첫 고백을 한다. “난 당신을 사랑해, 계속 사랑해 왔었고.”

이 영화는 한국에서 200만 관객을 동원했다. 멜로 영화임에도 야한 장면이 별로 없어 가족 단위 관객이 많았다. 하지만 사랑과 죽음이라는 진부한 소재를 극복한 것은 무엇보다 배우들의 연기력이었다.

원래 샘의 역할로는 톰 행크스, 브루스 윌리스 등 많은 스타가 후보에 올랐지만 이들은 “유령 연기는 싸구려 같다”, “흥행이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거절했다고 한다.

몰리 역에도 멕 라이언 등이 거론됐지만 결국 데미 무어가 스타덤에 올랐다. 몰리의 청순한 눈동자에 반한 한국 남자들은 후에 스트립 걸, 여전사로 역할 변신을 거듭하는 그녀의 모습에 어리둥절해하기도 했다.

샘과 몰리가 함께 도자기를 빚으며 키스하는 장면, 최고의 영화음악 중 하나로 꼽히는 ‘언체인드 멜로디’의 선율은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