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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의 전율, 추리소설 20선]비숍살인사건

입력 | 2007-07-05 02:59:00


살인 현장, 체스 말에 숨겨진 비밀은

미스터리 황금시대를 구축한 최대 공로자는 S S 반 다인이다. 그가 창조한 파이로 번스는 라이벌인 앨러리 퀸과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명탐정으로 손꼽힌다.

번스는 35세의 독신으로 하버드대 출신이다. 그는 냉철하게 빛나는 회색 눈동자와 탄탄한 체격에다 깊은 교양과 뛰어난 지식, 재산과 인격까지 두루 갖췄고, 명배우 존 배리모어를 닮은 미남이다. 그는 뉴욕 이스트38번가 호화 아파트에서 생활하며, 동서고금의 미술품 수집이 취미이고 골프와 펜싱을 즐긴다. 작가의 이름을 딴 반 다인이 번스의 친구이자 재산관리인으로 등장한다.

번스가 이집트 고문서 연구로 바쁘게 보내던 어느 날 지방검사 매컴이 기괴한 살인사건을 들고 찾아와 그에게 도움을 청한다. 로빈이라는 사내가 가슴에 표본 화살을 맞고 숨진 것이다. 로빈은 세계적인 물리학자인 딜러드의 외동딸에게 구혼해 온 사람이었다. 사건 현장에는 체스 말이 하나 남아 있었다. 비숍이다.

‘참새가 말했다. 내 활과 화살로 코크 로빈을 죽였어요’라는 ‘머더 구스’(주로 자장가로 쓰인 서양의 전통 동요)의 한 가사처럼, 로빈은 화살에 맞아 죽었다. 이후 사건 현장이었던 저택에서는 ‘머더 구스’의 여러 가사에 따라 사람들이 차례차례 살해된다. 이 냉혹하고 잔인한 범인은 대체 누구인가?

‘머더 구스’의 악의 없는 잔인함이 작품과 걸맞기로는 이 ‘비숍살인사건’을 따를 만한 것이 없다. 작품 속 범인의 예상 밖의 범행 동기와 무시무시한 분위기는 많은 독자에게서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반 다인은 이렇게 말한다. “미스터리 소설은 하나의 지적인 게임이다. 스포츠라고 할 수도 있다. 작가와 독자의 관계는 어디까지나 페어플레이다. 작가의 기지는 독자보다 뛰어나야 하고 독자의 흥미를 일깨울 수 있는 기교로 이끌어 가야 한다.”

물질만능주의로 인해 정신의 깊이가 얕아진 미국 문명에 체념한 번스는, 미국 땅에서 ‘소외자’이며 ‘이방인’이다. 그리고 이 이방인은 실로 낭만적이고 인간적이면서, 아이로니컬하게도 논증적이다. 번스는 인간의 범죄를 심리적 측면에서 해명하려는 독특한 추리 방법을 쓴다. 그의 탐정법은 심리학을 기초로 한 분석적 연역적 추리법이다. 번스는 단순한 물적 실마리나 정황 증거로는 범죄를 해결할 수 없다고 믿는다. 그는 “진실을 아는 유일한 방법은 범죄의 심리적 요인을 분석해 개인에 적용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의 매력은 번스의 추리 방법과 범인의 비정상적인 범죄동기가 멋지게 대응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세계 10대 미스터리 명작에 꼽힌다. 무더운 여름밤, 파이로 번스의 대활약이 펼쳐지는 반 다인의 걸작에 매료되는 체험을 권한다.

탈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