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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싱숭생숭 조선 처녀 속삭임에 넋을 잃었다

입력 | 2007-06-08 03:02:00

금강산의 주봉인 비로봉 아래 깃든 길이 17km의 만폭동 계곡(금강대∼백운동 입구)에서도 최고의 비경으로 손꼽히는 만폭팔담(1km 구간에 있는 8개의 폭포와 용소)의 한 풍경. 청아한 물빛이 중국 쓰촨 성의 주자이거우 연못 비색에 못지 않다. 내강리=조성하 여행전문기자

마하연 터 근방 산속에 모셔진 묘길상의 아미타불 마애불. 높이 15m에 폭이 9.4m나 되는 초대형으로 섬세한 조각선은 지금도 선명히 남아 있다.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보덕각시의 전설이 깃든 만폭동 계곡의 암자 보덕암. 길이 7.3m의 구리기둥 하나에 오백성상을 버텨 왔지만 현재는 붕괴 위험이 높은지 쇠줄에 감긴 채 폐쇄된 상태다.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분단이후 첫 개방 금강산 내금강


▲ 동영상 촬영 : 조성하 기자

1일부터 금강산의 내금강 관광이 시작됐다. 금강산 관광은 내금강과 외금강, 그리고 해금강의 세 구역으로 나뉘는데 그 기준은 동해. 동해 쪽 산악이 외금강, 그 반대가 내금강이다. 구룡연 만물상의 외금강은 장대하고 남성적인 기품을 자랑한다. 반면 비로봉 만폭동의 내금강은 수려 우아한 여성적 풍모로 이름났다. 지난달 29일 내금강 시범관광을 통해 다녀온 내금강 관광코스로 안내한다.

○만물상 빚은 외금강 산악의 온정령 오르기

오전 8시 정각. 버스는 온정각을 출발해 외금강의 만물상을 향했다. 내금강의 위치는 온정리(고성군) 북쪽의 금강군. 그리로 가자면 만물상 아래로 난 고개(온정령·857m)를 넘어야 한다. 온정령의 산마루는 내금강의 금강군과 외금강의 고성군 경계다.

내금강 관광의 중심인 내강리. 온정리에서 47km의 지척이지만 거친 산악을 넘자니 한 시간 반은 족히 걸린다. 고개도 험하다. 몇 구비냐는 물음에 북측 해설원의 답. ‘백공육(106)’이란다. 북에서는 10달러도 ‘열 달러’다.

동서 40km, 남북 60km의 금강산. 그 내외의 차이는 현격했다. 평균기온을 보자. 외금강은 11.2도인데 내금강은 7.4도에 불과하다. 강수량 역시 외금강(1600.2mm)에 비해 내금강이 460mm나 적다. 그 차이가 금강산 내외의 모습을 이렇듯 다르게 빚었다. 자연의 힘이란…. 45분쯤 지났을까. 버스가 금강굴(터널)을 통과해 구송동 구역에 들어섰다. 금강과 고성 두 군의 경계표지판을 뒤로하고 내리막이 시작됐다. 10분 후. 처음으로 동네(단풍마을)를 만났다. 내금강 관광코스가 외금강과 다른 것 가운데 하나는 이처럼 북측 마을을 관통한다는 점. 남측 관광객에게 관심거리가 될 것 같다.

○왕복 9km의 내금강 만천계곡 트레킹

오전 9시 26분. 큰 동네가 보였다. 금강읍이다. 길가에는 3층 아파트도 보였다. 지난 세기 초 금강산 철길이 놓이고 열차가 내금강으로 관광객을 실어 날랐던 시절(일제하) 그 종착역이 있던 곳이다. 10분 후 버스는 내강리에 들어섰고 이때부터는 계곡가의 전나무 숲 속 좁은 길로 조심조심 운행했다. 이 길은 내금강 관광을 위해 새로 정비한 듯 보였다.

오전 10시 3분. 내금강 관광의 출발점인 표훈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2시간 3분 만이다. ‘금강문 108m 보덕암 1669m 묘길상 3747m’. 최근 세운 깔끔한 표지판이 오늘 답사할 내금강 관광코스를 알려준다.

내금강 관광코스는 이렇다. 오전 10시 표훈사를 출발해 금강대에 올라 마하연 터의 묘길상까지 만폭동계곡을 따라 올라갔다가 되돌아온다. 소요시간은 2시간∼2시간 반. 점심식사는 표훈사 근방 야외에서 불고기 등의 뷔페로 차려진다. 식사 후에는 2km를 걸어 내려가며 삼불암, 백화암터 부도, 울소와 형제바위, 장안사 터를 차례로 들른다. 트레킹 총거리는 9∼9.5km. 트레킹로는 잘 정비돼 있고 오름길 경사도 완만하다. 곳곳에 북측 해설원이 대기하며 설명도 상세히 해준다. 안전시설이 잘 갖춰져 어린이와 노인도 무리 없이 안전하게 다닐 만했다.

○별유천지 비인간의 만폭팔담

촉촉이 비가 내리던 이날. 표훈사를 두른 내금강의 산악 풍광은 비구름에 가려 제대로 감상하기 어려웠다. 선승들은 한결같았다. 금강산은 수행 장소로 마땅치 않다고. 풍경이 매우 아름다워 마치 여인을 곁에 두고 수행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내금강에는 절이 많다. 특히 만폭동 만천골로 이어지는 계곡이 그렇다. 금강산 4대사찰 중 표훈사와 장안사(터)가 여기 있다(나머지는 유점사와 신계사).

표훈사 정면의 능파루. 김삿갓이 시 한수로 남긴 현장이다. ‘我向靑山去 綠水彌何來’(아향청산거 녹수미하래·나는 청산이 좋아 찾아가는데 녹수야 너는 어찌하여 그 산을 내려오느냐). 절을 나서 김삿갓의 족적을 되짚으며 들어선 숲길. 금강문이 나를 맞는다. 바위 두 개로 이뤄진 돌문. 이제 곧 시작될 만폭동 계곡 트레킹의 초입이다.

숲을 빠져나오면 널찍한 반석광장이 계곡에 펼쳐진다. 나옹화상(고려의 고승)이 ‘천하제일강산’이라고 글씨를 남긴 금강대다. 왼편 원통골 물이 정면 만천골 물과 만나는 두 물맞이의 너른 계곡 바닥은 그 자체가 거대한 하나의 바위다. 수천 명이 올라설 수 있을 만큼 넓은. 먼 옛날 신선이 바둑을 두었다는 전설처럼 바위에는 바둑판도 새겨져 있다.

만폭팔담은 좀더 올라야 한다. 만폭동의 백미라 할 이곳. 8개의 폭포와 그 아래 못이 줄지은 1km의 계곡 구간이다. 흑룡담 비파담 벽파담 분설담 진주담 거북담 선담, 그리고 화룡담. 모두가 비경이지만 굳이 우열을 가린다면 분설담이 최고다. 2층 이룬 폭포수에서 피어 오르는 물방울이 마치 흩날리는 눈 같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만폭팔담을 지나면 계곡은 평지처럼 잦아든다. 마하연 터는 거기에 있다. 이곳은 표훈사 스님들의 참선수행 암자. 작가 정비석의 수필 ‘산정무한’에도 등장하는데 당시 암자에는 스님 삼십여 분이 계셨다고 적고 있다. 트레킹의 종착점은 마하연 터 위의 묘길상. 절벽바위를 고른 뒤 그 표면에 아미타불을 새긴 마애불인데 동양 최대(높이 15m, 폭 9.4m) 규모라고 소개됐다. 바위에 새겨진 유려한 선은 아직도 선명한데 보살의 입가에 머금은 미소가 걸작이다.

○보덕각시의 교훈 새긴 보덕암 절벽암자

만폭동의 아름다움은 필설의 한계를 넘어선다. 카메라도 마찬가지다. 두 눈으로 담기에도 모자란 것을 어찌 외눈박이 렌즈가 당해낼 수 있을까. 바위는 바위, 물은 물, 숲은 숲, 꽃은 꽃. 제각각 제 모습 그대로건만 예서 두루 어울려 빚어낸 그 모습은 어쩐지 인간세상 것이 아닌 듯 섣부른 상상을 유발시킨다.

그중에서도 분설담 아래 보덕암이 백미다. 깎아지른 바위절벽에서 구리기둥(길이 7.3m) 하나로 벌써 500년을 지탱하는 이 불가사의한 암자. 거기에는 아름다운 전설도 깃들어 있다. 희정이라는 청년이 금강산에 들어와 공부하던 중 꿈속에서 보덕각시라는 아리따운 아가씨를 만난다. 그는 만폭동계곡에서 다시 만나자는 꿈속의 약조를 믿고 계곡을 헤매다 파랑새를 좇아 절벽을 기어오르는데 그곳이 바로 이 암자의 동굴. 동굴 안에는 관세음보살상과 함께 불경이 놓여 있었다.

청년은 공부를 게을리 하지 말라는 부처님의 계시임을 알아채고 학문에 정진해 큰 학자가 되었고 훗날 돌아와 그 동굴 앞에 이 암자를 지었다고 한다. 보덕은 관세음보살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한다.

[여행정보]

◇내금강 관광 ▽일정=첫날은 금강산으로 이동해 교예공연 관람 후 온천욕, 둘째 날은 내금강 관광 후 온천욕 및 가무공연 관람, 셋째 날은 외금강(구룡연 혹은 만물상 코스) 혹은 삼일포 해금강 선택 관광 후 귀가 ▽상품가격(호텔 기준)=기존 관광요금에 3만 원을 추가해 42만 원(최성수기 52만 원). 할인기간이 지나면 2만 원씩 오른다. 포함되지 않는 것은 현지 중·석식, 옵션관광(교예단공연 온천욕), 교통비(거주지∼화진포 아산휴게소). ▽문의 및 예약=전국 금강산관광 대리점. 홈페이지(www.mtkumgang.com) 참조 02-3669-3000

◇한국관광공사 금강산면세점 쇼핑(사진)=지난달 28일 개장. 내국인을 대상으로 수입 화장품과 시계, 양주는 물론 노스페이스 등 아웃도어웨어와 북한 물품(술 식품 약품)을 판매 중

금강(북한)=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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