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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日本의 속살,온천료칸②미나미기리시마 온천 덴구노모리

입력 | 2007-06-08 03:02:00

빌라에서 바라다보이는 계곡 건너 숲속 의 레스토랑.

다다미방에 침대를 놓은 빌라의 침실.

덴구노모리 빌라의 고급스러운 객실. 숲과 하늘이 실내의 침대에 누워서도 훤히 보이도록 설계된 목조건물이다.

덴구노모리의 빌라 3채 중 가장 큰 ‘덴구’의 전망 좋은 노텐부로. ‘대우주의 무인도’를 자처하는 이 료칸의 콘셉트는 이름 그대로 그 어떤 것에도 간섭받지 않고 오로지 하늘과 숲에 둘러싸인 대자연 속에서 즐기는 나만의 ‘절대 휴식’이다.

사쓰마요리 향토식당인 ‘구마소테이’(가고시마 시내)의 상차림과 지배인 구로카와 마키코 씨.


《일본 문화에 관한 한국인의 오해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온천욕=목욕’이다. 겉보기는 목욕과 같아도 내용은 판이한 것이 일본의 온천욕이다. 단순히 씻는 목욕과 자연 속의 휴식을 지향하는 온천욕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 온천. 일본 정원문화의 한 단면이다. 산과 물, 나무와 풀, 꽃과 돌을 인위적으로 한 공간에 결집시킨 작은 우주가 일본 정원. 축소지향의 심성이 가장 정밀하고 충실하게 반영된 문화양식이다. 폴 고갱이 본 따고 그런 이들로 후기인상파가 형성됐을 만큼 매력적인 일본의 미학적 구조로 그 틀을 잡은. 그런 온천에서도 핵심은 노텐부로(노천탕)다. 탕 안에 몸을 담그자. 그러면 눈앞에 정원이 펼쳐진다. 나무, 돌, 숲, 눈과 비, 바람과 소리, 낙엽과 꽃잎. ‘볼 수 없다면 가져오라’는 일본인 방식의 인위적 자연이지만 탕 안의 은자(隱者)는 개의치 않는다. 자연과의 합일을 휴식의 첨단으로 생각하는 우리 모두도. 덴구노모리는 그런 일본 료칸에서도 흔치 않은 예외다. 진짜 자연을 정원으로 삼은 대자연의 료칸이다.》

몸 담그자마자 숲 계곡 하늘이 쏟아진다

휴식에도 철학이 있다면 글쎄, 억지일까. 철학이란 ‘생각을 사랑함’. 그러니 그 휴식에 자신의 생각과 열정을 모두 쏟아 부었다면 그 역시 철학의 산물일 것이다. 허다한 일본의 온천. 지난 13년간 무수히 많은 료칸을 두루 섭렵했지만 ‘철학’을 느낀 곳은 없었다. 아름답고 편안하기는 했어도 사람의 폐부와 더불어 정신까지 휴식하게 만든 곳은 만나지 못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번 온천 료칸 취재 중 예외를 발견했다. 예외라기보다는 기존 개념과는 전혀 다른 세상(차원)의 료칸을 찾았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곳에서의 휴식은 육신의 안락을 뛰어넘을 듯했다. 정신까지도 정화(淨化)할 만한 곳이었으니. 가고시마 현 미나미기리시마 온천 산속의 ‘덴구노모리(天空の森)’였다.

와타나베 사쓰키(가고시마 현 관광연맹 직원) 씨가 안내한 곳은 시골의 어느 산 아래. 산 위로 난 좁은 길 앞에는 골프 카트가 대기 중이었다. 안내인은 나를 태운 뒤 왕대나무가 숲을 이룬 가파른 산기슭을 등반하기 시작했다.


▲ 동영상 촬영 : 조성하 기자

5월의 청초한 숲과 하늘. 산속에 들어서니 소음은 사라지고 산새 노래 소리와 신록의 나뭇잎을 스치는 바람소리뿐이었다. 굽이굽이 작은 길은 숲과 구릉, 계곡과 산등성을 지났다. 15분쯤 갔을까. ‘숲 속의 빈터’가 보였다. 나는 이때까지도 이 산 전체(12만 평)가 덴구노모리의 휴식공간임을 알지 못했다.

잔디로 뒤덮인 숲 속 구릉의 나무그늘 아래. 원목건축 한 채가 보였다. 가까이 다가간 순간, ‘아!’ 하고 짧은 감탄사가 나왔다. 아까 지나온 산등성 계곡 건너편으로 바라다보이는 산자락에 빌라 형태의 노텐부로(노천탕)가 있었기 때문이다.

탕의 수면에는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담겼고 그 물은 24시간 폭포처럼 흘러내렸다. 산과 숲, 하늘과 구름을 배경으로 야외에서 온천욕을 즐기도록 설계한 이 휴게시설. 정면은 트이고 양 방향은 통유리여서 보료식 침대와 풍성한 쿠션에 몸을 기대면 하늘과 산, 숲과 계곡이 모두 내 것이다.

덴구노모리라는 료칸은 이처럼 리조트 스타일이다. 예서 일본의 전통 료칸 모습을 찾기란 외양상으로 쉽지 않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의 서비스는 철저하다. 이런 시설도 12만 평 산 속에 오직 다섯 개뿐. 그나마 두 곳은 숙박용이 아니다. 한나절 혹은 반나절 휴식을 위한 대여용이다. 이용자도 한 채당 2명으로 제한한다.

이 모든 것은 휴식의 극대화를 위한 노력. 인공이 가미되지 않은 자연 속에서 시설 외에는 사람의 손길이 닿은 어떤 것도 없다. 심지어는 사람(직원과 투숙객)조차도 조우하지 않도록 완벽하게 배려했다. 그래서 점심식사도 바구니에 담는 도시락 형태로 낸다.

덴구노모리의 시설은 점입가경이었다. 숙박시설인 빌라는 대여용과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고 아름다웠다. 우리가 원하는 모습의 ‘꿈같은 휴식처’를 능가한다.

사립문을 문을 열고 들어선 정원. 낯익은 풍경이다. 빈탄리조트(인도네시아 빈탄 섬) 최고의 부티크 호텔인 반얀트리의 스파빌리지와 닮았다. 나무 데크로 바닥을 놓은 절벽의 끝. 거기에는 자쿠지 형태의 노텐부로를 지닌 빌라가 있었다.

통유리가 벽을 대신한 이 건물. 집안에 있어도 사방으로 숲과 계곡, 하늘이 실내로 쏟아져 들어왔다. 이런 빌라는 모두 세 채. 가장 큰 규모는 100명이 가든파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넓다. 그러나 역시 단 두 명만 묵기를 권한다. 반얀트리의 스파빌리지를 통째로 혼자 사용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덴구노모리에선 레스토랑도 계곡 전망이 좋은 구릉의 숲가에 있었다. 실내 테이블은 손으로 셀 정도. 여성 두 명이 숲 그늘 아래 야외테이블에서 식사 중이었다. 그들 역시 차를 산 아래 버리고 카트로 예까지 왔단다. 상큼한 숲 공기와 함께 나무그늘 아래서 자연의 향취를 호흡하며 즐기는 식사. 그런데 여기서는 그 음식마저 예사롭지 않다.

산을 오가며 보았던 채소밭. 덴구노모리에서는 먹을거리를 직접 생산한다. “손님에게 내가 키운 것(채소 가축)을 대접하는 것은 제 오랜 꿈이었습니다.” 사장 다지마 다데오 씨의 설명이다. 만화 캐릭터를 연상시킬 만큼 친근하고 맑은 눈을 가진 만년 소년풍 얼굴의 그이지만 의지만큼은 산 아래 대나무를 능가할 듯싶다.

“14년 걸렸지요.” 덴구노모리의 역사(役事)를 두고 한 말이다. “서양의 에덴동산, 동양의 ‘도원향’을 짓고 싶었습니다. 인간이면 누구나 꿈꾸는 이상향을 현실에 실현해 모두에게 꿈을 현실로 만들어 주고 싶었지요.” 그 꿈은 2년 전 완성됐다.

덴구노모리에는 철칙이 하나 있다. 전 이용객이 하루 10명을 넘지 않는다는 것. “사장님 지침이에요. 여기 팸플릿을 보세요. ‘대우주의 무인도’라고 쓰여 있지요.” 빌라를 설계한 안내자의 말대로 다지마 사장의 덴구노모리는 ‘무인도’였다. 사실 무인도만큼 낭만적인 휴양지는 없다.

식사를 마치고 도쿄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서두르는 내게 다지마 사장이 이렇게 말했다. “언제든 오시오.” 숙박비가 하루 최고 20만 엔(156만 원·부부가 함께 투숙하면 312만 원)이나 하는 곳에 선뜻 초대한다는 그 말. 료칸 주인의 선심이라기보다는 ‘자연과의 완벽한 합일만이 휴식의 극한’이라는 자신의 철학에 공감한 이를 모처럼 만난 기쁨의 다른 표현이었으리라.


[여행정보]

◇덴구노모리 ▽홈페이지=www.tenkunomori.net ▽위치=가고시마 현 기리시마 시 미나미기리시마온천. 가고시마국제공항에서 20분. ▽가격(1인 주중 2인1실 기준 세금별도) △대여용=4시간에 3만1500엔(24만6000원) △숙박용 빌라 ①덴구=20만 엔(156만 원) ②아카네사스오카=15만 엔(117만 원) ③리누노모리=15만 엔 ▽식사=1박2식 제공, 양식 ▽찾아가기=인천∼가고시마 대한항공 운항(1시간 35분 소요)

◇덴구노모리 자유여행

이오스여행사(www.ios.co.kr)는 일본어를 못해도 갈 수 있는 자유여행 패키지를 판매 중. 항공권, 료칸 숙박(하루 3식 포함), 료칸여행 안내서(자체 제작), 여행자보험, 송영서비스(료칸∼공항) 포함. 직원 한 명이 출발부터 도착까지 전담해 로밍폰으로 24시간 통역서비스를 제공하고 출발 전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길 찾기, 열차 갈아타기 등을 알려준다.

▽상품 △3일 일정 ①덴구노모리 1박=일본 최고급 료칸 가조엔(자매시설) 1박. 빌라에 따라 230만 원, 280만 원 ②덴구노모리 피크닉=가조엔 2박. 덴구노모리 대여시설 이틀 이용. 149만 원부터. △4일 일정(덴구노모리 2박)=가조엔 1박. 380만 원, 480만 원 △특전=가고시마 공항 영접 및 배웅, 가고시마 특산 와인 혹은 니혼슈(청주), 덴구노모리의 식사메뉴를 미리 선택하는 ‘전용식탁 맞춤 서비스’ 제공. △예약=홍은주 과장, 엄태훈 주임. 02-546-4674

일본 최고 어묵 ‘사쓰마아게’
생닭육회 ‘다타키’ 눈길 끌어

규슈의 최남단 현인 가고시마. 가끔 화산재를 내뿜는 거대한 활화산 사쿠라지마, 임진왜란 때 끌려온 조선 도공의 후예(심수관 등 14개 가문)가 꽃피운 도자문화(사쓰마야키 등), 류큐왕국(현재의 오키나와 현)과의 교류를 통해 수입된 중국문화로 니혼슈(일본술·청주)보다 소주가 더 이름난 독특한 곳이다.

그런 가고시마를 엿보기에 음식만 한 것이 있을까. 그릇(도자기)과 맛(중국풍), 접대 풍속을 동시에 만날 수 있으니. 그러기에는 가고시마 중심가의 ‘구마소테이(熊襲亭)’가 제격이다. 40년 역사의 전통식당으로 오카미(여자 지배인)인 구로카와 마키코 씨가 내는 기품 있는 사쓰마 요리(사쓰마는 가고시마의 옛 지명)가 일품이다.

가고시마 음식은 단 맛이 특징. 설탕이 귀했던 옛날, 남방의 사탕수수 수입항이던 이곳은 그래도 설탕 인심이 넉넉했다. 단맛은 그 유산이다. 요리상에서 눈길을 끈 것은 다타키(껍질만 살짝 익힌 생닭 육회)다. 이곳에서도 반가운 손님이 오면 닭을 잡아 대접했단다. 신선한 생살이라면 회부터 뜨고 보는 일본인. 생닭 육회도 거기에서 비롯됐다.

일본 전국에서 최고로 치는 어묵 사쓰마아게, 부드럽기 이를 데 없는 기비나고(살 바른 멸치 회), 생선 회 몇 점 올려내는 달큰한 맛의 사케즈시(버섯 새우 죽순과 함께 물 대신 청주로 지은 밥). 거기 곁들일 반주로는 구로조카(검은색 도자기 주전자)에 담아내는 사쓰마이모(고구마)로 빚은 가고시마 소주가 제격이다.

◇구마소테이=가고시마 시내 중심가인 덴문칸에 있다. 099-222-6356

가고시마 현 기리시마 시=글·사진 조성하 여행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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