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재·보궐선거 참패로 지도부 총사퇴 논란에 휘말린 가운데 이재오 최고위원이 사퇴 쪽으로 가닥을 잡아 가는 분위기다.
이 최고위원은 29일 통화에서 “강재섭 대표가 어떤 쇄신안을 내놓을지 주목하고 있다”며 “쇄신안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지만 아직 확정 발표가 안 된 상황에서 뭐라고 말하기가 어렵다. 쇄신안을 보고 전반적인 생각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 당직자는 “강 대표의 쇄신안이 아직 나오진 않았지만 획기적인 방안이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이 최고위원이 사퇴 쪽으로 가닥을 잡아 가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 최고위원은 27일 “이대로는 국민이 원하는 당의 변화와 개혁을 이룰 수 없으며 현 지도부는 대선 승리가 매우 어렵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 “내가 사퇴할 경우 마치 이명박 전 서울시장 캠프가 당을 흔들기 위한 것으로 비칠 수 있음을 우려해 왔다”고 말했다. 쇄신안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조건을 달았지만 사실상 현 지도부와 자신의 사퇴를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이 최고위원이 사퇴할 경우 강 대표에겐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강창희 전여옥 최고위원이 이미 사퇴한 상황에서 이 최고위원마저 사퇴한다면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뽑힌 5명의 최고위원 가운데 강 대표만 남을 가능성이 크다. 정형근 최고위원도 이날 “쇄신안을 보고 거취를 결정하겠다”며 이 최고위원과 행보를 함께하겠다는 뜻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강 대표는 거취를 다시 생각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또 새로 전당대회를 하거나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