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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 이틀 연장도 모자라… 새벽 1시 “또 연장”

입력 | 2007-04-02 03:00:00

피 말리는 협상1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통상장관급 회담이 진행 중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 2층 협상장. 창문 커튼 뒤로 양국 협상단의 그림자가 보인다. 김미옥 기자


《한국과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막판 협상은 끝까지 피를 말리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양국은 당초 지난달 31일 오전 7시(한국 시간)였던 협상 마감 시한까지 타결이나 결렬 등 결론을 내리지 못해 협상 시한을 2일 오전 1시까지 약 이틀간 연장하면서 ‘끝장 협상’을 벌였지만 막판까지 팽팽한 신경전으로 일관하며 ‘벼랑 끝 버티기’를 계속했다. 1일부터 2일 새벽까지 ‘연장 협상’이 열린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 협상장에서는 시간이 흐를수록 의견 접근을 이루는 쟁점이 하나 둘 생겨났지만 쇠고기와 자동차 등 일부 민감한 쟁점은 밤늦게까지도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됐다.》

■金본부장, 어젯밤 청와대서 최종지침 받아

○…2일 오전 1시를 연장 협상 시한으로 발표했던 양국은 이날 오전 1시에 임박해 협상 시한을 또 한 번 연장했다.

외교통상부 한동만 통상홍보기획관은 이날 오전 0시 55분경 기자들을 만나 “협상 시한을 ‘오전 1시’에서 다시 더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협상장 주변에서는 당초 “협상 시한을 늘려서라도 최종 합의를 이루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자칫 막판 걸림돌로 ‘결렬’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미국 행정부가 의회에 협상 결과를 통보해야 하는 최종 시한은 한국 시간으로 2일 오후 1시. 협상단은 최종적으로 이 시간 이전까지만 협상이 타결되면 협상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현종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김종훈 한국 측 협상단 수석대표는 이날 청와대 보고를 마치고 오후 11시 15분 협상장으로 돌아와 바로 미국 측과 양국 장관급 및 수석대표만 참석하는 ‘2+2 회담’을 시작했다. 사안의 중요성과 임박한 연장 협상 시한 때문인 듯 양국 대표들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이에 앞서 오후 7시 40분경 협상장을 떠난 김현종 본부장 등은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협상 상황을 보고했다. 정부는 이어 노 대통령의 결심과 심야 대외경제장관회의를 거쳐 우리 측 최종 방침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1일 오후 10시 반경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가 협상장에 다시 나타났다. 오후 2시 반에 이어 협상장 방문은 이날만 두 번째. 미국 정부의 협상 지침을 자국 협상단에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협상이 잘될 것 같으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렇게 되길 바란다”는 짧은 말만 남긴 채 급히 협상장으로 들어갔다.



■크라우더 USTR 수석협상관 돌연 출국

“쇠고기-오렌지 협상마감 앞두고…” 술렁

○…타결이냐, 결렬이냐 갈림길에 서면서 양측 협상단의 입은 한층 무거워졌다.

1일 오전 섬유 분야 고위급 협상을 마친 이재훈 산업자원부 제2차관은 취재진의 질문 공세에 “오후에 협상이 속개된다”, “지금 섬유 분야에서는 미국으로부터 더 많이 얻어 내는 게 최우선 목표”라는 원론적 답변만 한 채 자리를 떴다. 배종하 농림부 국제농업국장도 “어제 제시한 안을 놓고 이야기한다”는 기본적인 언급만 되풀이했다.

한국 측 협상단 관계자는 “청와대가 ‘정부 당국자’를 출처로 한 언급이 우리의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등 막판 협상 과정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관계자들에게 ‘함구령’을 내렸다”고 귀띔했다.

○…농업 분야에서는 쇠고기를 비롯해 오렌지, 사과 등 민감 품목에서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됐다. 한국 측이 향후 쇠고기 시장 개방 일정을 약속해 주는 대신 오렌지 등에 대한 한국의 관세 폐지 기간을 최대한 연장하는 방안이 막판까지 검토됐다.

이런 상황에서 농업 협상을 이끄는 리처드 크라우더 미 무역대표부(USTR) 수석협상관이 협상 마감 시한을 앞두고 1일 돌연 출국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됐다.

크라우더 수석협상관은 이날 오후 5시 반경 미 대사관이 준비한 승합차를 타고 그랜드하얏트호텔을 빠져나갔다.

한국 측 협상단 관계자는 “다른 일정이 있다며 유럽으로 출국한 것으로 안다. 그가 갖고 있던 협상 권한은 앤드루 스티븐 미국 측 협상단 농업 분과장에게 넘어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크라우더 수석협상관은 공항으로 가면서도 전화로 미국 측 협상단과 교감을 해 협상 시한을 얼마 남겨놓지 않고 상황이 긴박함을 보여 줬다.

크라우더 수석협상관의 출국과 관련해 협상장 주변에서는 “농업 분야의 큰 틀이 이미 결정됐거나, 아주 좋지 않은 방향으로 가거나 둘 중 하나”라는 해석이 나왔다.

■“세부사항 확실히 마무리” 밤새 줄다리기

양국 협상단 식사시간도 제대로 못내

○…자동차 분야 협상에서 한국 측은 승용차는 즉시 관세 폐지, 픽업트럭은 5년 내 관세 폐지를 요구했으나 미국 측은 자국 의회와 업계의 반발을 들어 난색을 표시했다.

미국 측은 한국의 관세 즉시 폐지뿐 아니라 배기량 기준 세제, 환경·기술표준 등을 전면 개편할 것까지 요구해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섬유와 금융 분야도 난항을 겪었다. 한국 측 협상단은 국내 섬유업체들의 경영정보 제공이나 현지조사권 등 미국 측 요구를 들어주는 대가로 좀 더 폭넓은 관세 양허(개방)안과 ‘원사기준 원산지 판정방식(얀 포워드)’ 예외를 요구하고 있으나 미국 측이 충분한 유연성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미 양국 협상단 대표들은 협상 막판까지도 최대한 자국에 유리하게 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협상이 막바지 국면에 접어들면서 식사할 시간조차 제대로 낼 수 없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고강도 협상’을 치른 농업 분야 협상 담당자인 농림부 민동석 차관보와 배종하 국장은 이날 오후 7시 40분경 기자들과 만나 “아침은 물론 점심도 걸렀다”며 “잠깐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고 했다.

식사를 못 한 것은 미국 측도 마찬가지. 웬디 커틀러 미국 측 수석대표도 밤 9시 11분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호텔 내 식당인 ‘테라스’로 바삐 들어갔다.

○…이에 앞서 한미 양국은 지난달 30일부터 31일 새벽까지 마라톤 협상을 진행하며 막판 조율을 벌였으나 당초 마감 시한인 31일 오전 7시까지 결론을 내는 데 실패했다.

이에 따라 김종훈 수석대표는 31일 오전 7시 반 기자브리핑을 하면서 “2일 오전 1시까지 협상을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협상 시한이 연장된 것은 미 의회가 ‘주말에도 일할 수 있다’는 쪽으로 기존 태도를 바꿨기 때문이다.

협상권을 가진 미 의회가 행정부에 부여한 무역촉진권한(TPA)에 따르면 협상 시한 만료는 미국 시간 기준으로 6월 30일. 따라서 이때 최종 협정문에 서명을 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90일 전인 4월 1일에 미 행정부가 의회에 협정 체결 의사를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4월 1일은 일요일이고 3월 31일은 토요일이어서 3월 30일 오후 6시(한국 시간 31일 오전 7시)에 미 행정부가 의회에 협정 체결 의사를 밝히기로 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