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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 국내미니기업]절삭공구 엔드밀만드는‘YG-1’

입력 | 2007-04-02 03:00:00

YG-1은 엔드밀 하나로 세계 절삭공구 시장을 제패한 ‘엔드밀 넘버원 기업’. 최근 10년간 연평균 25∼30%의 놀라퓘운 매출 신장세를 보이며 2014년 연매출 1조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천 부평구 청천동의 공장 내부. 인천=김창원 기자

송호근 사장은 세계시장에서 중소기업이 이기는 길은 ‘단


“이게 하나에 10만 원이 넘는 비싼 공구예요. 정밀하게 쇠를 깎는 것이어서 한번 쓰고 나면 모두 버려야 합니다. 생산 과정은 물론 수송에서도 엄격한 제품 관리가 필요해 모두 비행기로 귀하게 실어 나르지요.”

YG-1 송호근 사장은 본보 기자에게 공장을 안내하면서 “좀처럼 공개하지 않는 곳”이라고 말했다. 제품을 설명하는 그의 말에는 제품에 대한 자부심이 곳곳에 배어났다.

“세계적인 공구업체들도 부러워하는 생산 시스템이죠. 공구의 본고장이라는 독일과 일본에서도 엔드밀 하면 YG-1을 떠올립니다. 엔드밀에 관한 한 우리가 세계 넘버원입니다.”

○ 국내보다 세계에서 더 알려진 기업

인천 부평구 청천동에 위치한 YG-1은 ‘엔드밀’ 전문 생산 기업이다. 쇠를 깎는 절삭공구의 일종인 엔드밀은 자동차나 비행기, 휴대전화 등 정교한 제품을 만들 때 주로 사용되는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YG-1은 1981년 설립 이후 줄곧 엔드밀에만 매달려 세계시장에서 알아주는 회사로 성장했다. 세계 70개국에 ‘YG-1’이라는 독자 브랜드로 수출하고 있으며 국내 시장의 80%, 세계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엔드밀은 특수 열처리된 단단한 쇠를 깎아야 하기 때문에 내구성은 물론 100분의 1mm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초정밀성이 요구된다.

이영배 제품개발연구소장은 “절삭공구는 무엇을 만들더라도 ‘약방의 감초’처럼 쓰이는, 제조업의 기초가 되는 제품”이라며 “특히 엔드밀은 정교한 제품을 만들 때 더욱 쓰임새가 요긴하다”고 설명했다.

임직원 650명의 YG-1은 지난해 총 2000억 원의 매출을 냈으며 이 가운데 국내생산법인의 수출과 해외생산법인의 현지 판매 등 해외에서 올린 매출이 1753억 원(약 88%)이나 된다.

송 사장은 “YG-1은 국내보다 세계에서 더 잘 알려져 있다”면서 “최근 10년 동안 매년 25∼30%씩 매출이 늘고 있어 2014년에는 1조 원 매출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 조그만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송 사장이 절삭공구 사업의 가능성을 발견한 것은 1970년대 말 국내 모 대기업의 절삭공구 사업팀에서 근무하면서부터다.

당시 국내 절삭공구 산업은 매우 낙후돼 있었고 제품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던 상황이었다. 수출은 꿈도 못 꾸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송 사장은 미국 등 선진국의 공구 메이커들이 비싼 인건비와 생산성 저하로 경쟁력을 잃어 가고 있음을 알아챘다. 엔드밀의 수요처는 얼마든지 있으니 품질만 갖추면 해외시장 공략이 가능하다고 본 것.

그는 자택까지 팔아 가며 사업자금을 마련해 12명의 엔지니어들을 모아 인천에 ‘제조업 벤처’ 창업에 뛰어들었다.

YG-1은 창업한 지 1년도 채 안 돼 미국으로부터 3만 달러어치의 첫 주문을 받으면서 순탄한 길을 걷는 듯했다. 그러나 선적을 눈앞에 두고 제동이 걸렸다. 제품에서 사소한 결함이 발견된 것.

회사 측은 고민 끝에 전량 회수 결정을 내렸다. 납품 후에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었지만 정밀성이 생명인 절삭공구에는 조그만 오차도 허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YG-1은 당시 경험을 교훈삼아 까다롭기로 이름난 독일, 일본의 표준 규격을 뛰어넘는 자체 검사기준을 마련해 제품의 신뢰도를 높여 왔다.

○ 대기업보다 한발 앞서 ‘글로벌 경영’ 실천

YG-1이 단기간에 엔드밀 세계 1위 업체로 부상하는 데는 ‘생산 거점의 세계화’라는 글로벌 전략에 일찌감치 눈을 뜬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이 회사는 1992년과 1996년 미국과 독일의 절삭공구 업체 인수를 시작으로 영국, 프랑스의 경쟁 업체를 차례로 사들였다. 이와 함께 중국과 인도에는 새로 공장을 지었다.

1996년 영국 북아일랜드에 진출할 당시에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영국 정부에서 500만 달러의 지원금을 받자 현지 경쟁업체들로부터 ‘보조금까지 줘 가며 호랑이를 끌어들인다’는 반발을 사기도 했다.

현재 YG-1은 해외 7개 생산법인과 12개 판매법인을 가지고 있다. YG-1의 현지 글로벌화 전략은 고객사에 대한 신속한 대응을 위한 것이다.

김영창 무역담당 이사는 “생산 및 유통 네트워크를 세계적으로 구축해 각국 시장에서 요구하는 제품을 주문 후 24시간 안에 공급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고객사들로서는 필요할 때마다 주문을 내고 즉시 제품을 받기 때문에 재고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YG-1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국제적인 분업을 통해 시너지 효과도 거두고 있다. 중국 등 아시아에서는 범용기술이 요구되는 초기 공정제품을 만들고 이를 미국 등 선진국에 반제품 형태로 수출해 완제품을 만들어 생산비용을 낮추는 방식이다.

실제로 YG-1은 이런 방식으로 지난해 만성 적자에 허덕이던 미국 공구회사 ‘리걸 벨로이트’를 인수해 6개월 만에 흑자 기업으로 전환시켰다.

송 사장은 “원자재와 설비기자재를 싸게 조달하는 부수 효과도 크다”면서 “대당 2억∼3억 원이 넘는 비싼 기계와 고가 원자재인 텅스텐을 일괄 주문하기 때문에 가격 할인을 받을 수 있어서 경쟁업체에 비해 생산원가가 10% 이상 낮다”고 말했다.

인천=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 송호근 사장의 성공비결

“일할 시간도 부족한데…” 골프 안치고 회사옆 이사

“오로지 하나만 쳐다보고 살다 보니 어느새 세계 1등이 됐네요.”

창업 26년 만에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 절삭공구 산업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YG-1 송호근(55) 사장은 비결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엔드밀을 만들겠다는 목표 하나에 모든 열정과 에너지를 쏟다 보니 자연스럽게 1등을 하게 됐다는 말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전국 수석 학생의 ‘뻔한 대답’처럼 들리지만 그의 노력은 남달랐다.

송 사장은 기업 사장이라면 으레 당연한 것처럼 여기는 골프도 안 한다. 골프 한다고 하면 부르는 데가 너무 많아 회사 경영에 방해가 된다는 게 이유다. 출퇴근 시간이 아까워 아예 집을 회사 근처 10분 거리로 옮겼다.

1년 중 4개월을 해외에서 보낸다. 매출의 80% 이상을 해외에서 내고 있어서 고객이 주로 해외에 있는 데다 연간 20여 차례의 박람회도 빠짐없이 참가하기 위해서다. 현재 쌓인 항공기 마일리지만 360만 마일. 지구 144바퀴를 돌고도 남는다.

그는 “의외로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 중에는 기업가 정신이 부족한 사람도 많다”면서 “중소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려면 시간과 열정, 에너지를 집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송 사장은 ‘비즈니스는 사람 관계’라는 말이 제일 싫다고 한다. 한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세무서, 소방서 등 공무원들과의 ‘관계’에 신경 쓰는 게 일반적이지만 그는 ‘관계보다 원칙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기업하는 데 규제가 너무 많아 공무원이 맘만 먹으면 골탕을 먹을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원칙을 지키며 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을 하면서 실제로 골탕을 먹은 적이 있나’라고 물었다. 그는 즉답을 피하면서 “한국에서는 여전히 기업가에 대해 좋지 않은 편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기업인을 악덕업주가 아니라 택스페이어(납세자)로 봐줬으면 좋겠다”고만 말했다.

인천=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