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Life Style]축제! 눈으로 보는 즐거움? 몸으로 느끼는 즐거움!

입력 | 2007-02-24 03:00:00

지역축제가 단순히 보는 것을 떠나 체험하고 즐기는 적극적인 문화행사로 바뀌고 있다. 문화관광부는 올해 10개의 대표적인 지역의 관광축제를 선정해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문화행사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1] 3월 11∼15일까지 열리는 청도소싸움. [2] 3월에 열리는 영암왕인문화축제. [3] 매년 5월에 열리는 춘천국제마임축제. [4] 밤에 열리는 진주남강유등축제. [5] 프로그램이 알찬 함평나비대축제. 동아일보 자료 사진


꽁꽁 얼어붙은 호수에 구멍을 뚫는다. 한 쪽에선 얼음바닥에 드러눕는다. 다양한 모양의 썰매를 타고 깔깔대며 웃기도 한다.

올 1월 강원도 두메산골 화천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문화관광부의 ‘문화관광축제’로 선정된 ‘얼음나라 화천 산천어축제’를 즐기기 위해서다. 외지인들은 얼어붙은 겨울 호수를 뚫어 산천어를 잡고, 썰매를 타고, 지역특산물을 쇼핑하는 매력에 푹 빠졌다.

교통수단이 마땅치 않아 접근성 측면에서 불리했지만 화천 산천어축제(1월 6∼28일)에는 125만 명이 몰렸다. 5억여 원의 투자로 100배인 500억 원의 경제효과를 창출했고 지역 인지도도 높였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열린 대관령, 태백, 제주의 눈꽃 축제는 반응이 시원치 않았다. 쌓인 눈을 보고 주변에서 먹고 자는 ‘관람형 축제’에 사람들이 흥미를 잃었기 때문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강신겸 수석연구원은 “산천어축제는 소비자가 직접 즐길 수 있는 창의적 프로그램 도입, 지역민의 열정적 참여, 다양한 마케팅과 홍보기법이 어우러져 성공적인 지역축제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보는 관광’에서 ‘즐기는 축제’로

지역축제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지역 거주민들이 중심이 돼 놀고 즐기는 마을축제로 매년 별 차이가 없다. 지역의 문화와 자연환경을 상품화해 외지인을 끌어 모으는 것은 ‘관광축제’다.

그러나 경제개발이 한창이던 1970년대 ‘놀이’를 즐길 때가 아니라는 이유로 자취를 감췄다.

본격적으로 지역 놀이문화가 부활한 것은 1996년이다. 문화관광부가 ‘문화관광축제’라는 제도를 도입하면서 중앙정부 주도의 지원이 이뤄졌다.

2001년 열린 ‘이천도자기엑스포’는 당시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축제 현장인 경기 이천시는 한국 도자기의 중심지로 거듭났다.

하지만 상당수 지역축제가 특산물 판매장으로 변질돼 관람객들의 발길이 뜸해지자 2002년부터는 체험형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직접 탈춤을 배우고 추는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10월)’처럼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체험을 하는 축제가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에는 단순한 체험을 넘어 하나라도 제대로 즐겨보자는 취지의 ‘즐기는 축제’가 지역축제의 대세를 이루고 있다.

화천의 산천어축제를 비롯해 인제빙어축제(1월 말), 보령머드축제(7월), 진주남강유등축제(10월 초) 등이 직접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내세워 성공을 거뒀다.

세계적으로도 지역축제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시설을 만들어 놓는 하드웨어 방식이 퇴조한 대신 독특한 콘텐츠를 갖춘 행사가 각광받는 추세다.

카니발 퍼레이드로 유명한 미국 뉴올리언스의 ‘마르디그라’ 축제가 지역 경제에 미친 효과는 무려 1조2000억 원에 이른다. 독일 뮌헨의 맥주축제 ‘옥토버페스트’에선 16일 동안 650만 명의 관광객이 1L짜리 맥주 550만 잔을 소비한다.

배재대 관광이벤트경영학과 정강환 교수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길로이 갈릭페스티벌은 마늘 하나로 200가지 상품을 개발해 미국 2만여 개의 축제 중 ‘베스트 10’에 들었다”며 “독창적인 프로그램 개발과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가 합쳐지면 얼마든지 훌륭한 지역축제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의 가볼 만한 지역축제

문화관광부의 지역문화관광축제 선정위원장인 한국문화관광연구소 오순환 소장은 상반기 축제가 봄맞이, 야생 약초 등 자연현상과 관련됐다면 본래 의미의 축제는 가을에 많다고 설명한다.

매년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1000여 개의 지역축제 중 오 소장이 추천한 행사는 시간을 내어 가볼 만한 이유가 충분하다.

매년 5월 열리는 ‘춘천국제마임축제’는 상반기에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축제로 꼽힌다. 연인이나 가족끼리 춘천 고슴도치 섬에 들어가 ‘난장’이 된 섬에서 마임, 음악, 설치미술, 단편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즐길 수 있다.

대나무를 이용한 다양한 놀이가 마련되는 ‘담양대나무축제’는 4월 말 전남 담양읍내의 ‘죽녹원’이라는 대나무 숲에서 열린다.

지역관광축제의 최신 흐름인 즐기는 축제로는 전북의 ‘김제지평선축제(9월 말)’ 충남의 ‘보령머드축제’ 등도 빼놓을 수 없다.

김제지평선축제에서는 무대 중심의 공연 대신 마당 중심의 놀이공간이 마련된다. 마당극, 아이들을 위한 놀이공간, 풍물경연장 등 매력적인 10여 개의 독립된 공간을 거치다 보면 3∼4시간이 훌쩍 지난다.

7월에 열리는 보령머드축제는 외국인들에게 특히 인기다. 진흙을 몸에 바르고 일광욕을 한 뒤 바닷물에 뛰어들어 씻어내는 프로그램 덕택이다.

경남의 ‘진주 남강유등축제’ 역시 화려한 모습을 자랑하는 지역축제로 변모했다. 밤에 축제를 열면 실패한다는 속설에도 불구하고 유등축제는 밤에 시작된다. 참가자들은 스스로 등을 하나 만든 뒤 강에 띄우고 소원을 빈다. 물론 강변에는 먹고 놀거리가 풍성하게 준비돼 있다.

향토 음식에 관심이 있다면 10월에 열리는 ‘이천쌀문화축제’ ‘양양송이축제’ ‘강경젓갈축제’ 등이 적합하다.

강원도 양양송이축제 기간이 되면 일본에서 10여 대의 전세기가 뜰 정도로 일본인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충남 논산시의 강경젓갈축제는 지역경제의 효자로 자리 잡았다. 축제 이후 과거보다 젓갈 판매업체가 10배 이상 증가했고 지역민들의 소득도 크게 늘었다.

전남 강진의 ‘청자문화제(8월)’에서 청자를 감상하고 인근 마량포구에서 가을 전어를 맛보는 것도 오 소장이 추천하는 코스다. 프로그램이 알차기로 소문난 ‘함평나비대축제(5월 초)’ ‘연천전곡리구석기축제(5월 초)’ ‘천안흥타령축제(9월 말)’ 등도 가볼 만하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3, 4월에 열리는 주요 지역축제축제개최 지역일정문의처청도소싸움축제경북 청도군3월 11∼15일소싸움추진위원회
054-370-6373영암왕인문화축제전남 영암군3월 31∼4월 8일영암군문화관광과
061-470-2350여주도자기박람회경기 여주군4월 28∼5월 27일도자기박람회추진위
031-887-2282

구례산수유꽃축제전남 구례군3월 25∼4월 2일구례군문화관광과
061-780-2244경주술과떡잔치경북 경주시4월 14∼19일경주시문화관광과
054-779-6396서천동백꽃쭈꾸미축제충남 서천군3월 25∼4월 7일서면개발위원회
041-952-9123화개장터벚꽃축제경남 하동군3월 31∼4월 2일화개면 청년회
055-883-5715다른 지역축제 일정과 내용은 문화관광부 또는 한국관광공사(www.knto.or.kr) 홈페이지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