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인 웃음과 불쾌감을 동시에 안겨 주는 문제적 코미디, ‘보랏-카자흐스탄 킹카의 미국 문화 빨아들이기’. 사진 제공 20세기폭스코리아
웃을 것인가, 분노할 것인가.
25일 개봉하는 ‘보랏’은 ‘문제적 코미디’다. 기록적인 흥행에다 미국영화협회의 2006년 10대 영화에 선정됐으며 주인공 보랏 역의 영국 코미디언 사차 배런 코언에게는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안겼다. 하지만 로케이션 장소인 루마니아의 마을 주민들과, 영화에 출연하는 줄도 모르고 성차별 발언을 한 대학생들에게 고소까지 당했다. 도대체 무슨 내용이기에?
부제는 ‘카자흐스탄 킹카의 미국 문화 빨아들이기’. 카자흐스탄 TV 리포터 보랏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나라’(로 믿고 있는) 미국의 문화를 탐방하라는 국가의 명을 받고 미국에 간다. 미국에서 연일 ‘컬처 쇼크’를 받던 그는 TV에서 본 섹시 스타 패멀라 앤더슨에게 한눈에 반해 그를 만나기 위해 뉴욕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미국을 횡단한다.
변기 물로 세수하고 쇼윈도 앞에서 자위행위를 하는 행동은 그냥 화장실 유머로 넘길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가 ‘정치적으로 올바른(politically correct)’ 것과는 완전히 반대 지점에 있다는 것이다. 성차별주의자에 반유대주의자인 그가 “여자도 섹스할 상대를 고를 수 있다”는 말에 순진한 표정으로 “뭐라고요?” 할 때, 카자흐스탄이 근친상간이 횡행하는 나라로 표현될 때 관객들은 웃어도 될지 혼란스럽다.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극단적 불공정을 통해 역으로 ‘미국이라는 나라가 그렇다’고 풍자하는, 고도의 정치 코미디로 보는 법. 로데오 경기장에서 보랏이 “당신들의 대테러 전쟁을 지지한다”고 할 때 열광하던 미국인들은 “이라크의 피를 마셔 버리라”고 발언의 수위를 높이자 오히려 뜨악해한다. 조금 말이 안 되면 의심이 들지만, 완전히 말이 안 되니 반어법이 된다. 점잖은 중산층 미국인들은 “그가 ‘아메리카나이즈’되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자기들끼리 말한다. 이름도 잘 모르는 나라의 사람은 ‘미국화’의 대상인 것. 보랏이 반한 여성은 하필 섹스와 상업주의로 점철된 미국 문화의 표상 패멀라 앤더슨이다. 미국인들에게는 폭소에다 ‘뜨끔함’까지 안겨 줄 만하다.
그러나 여성과 게이, 해당 국가 국민은 불쾌하다. 카자흐스탄에 대해 잘 몰라도, 그런 나라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코미디가 꼭 정치적으로 공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무개념’의 허용 범위는 논란거리다. 18세 이상.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