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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시론/조동호]김정일의 손익계산서는 틀렸다

입력 | 2006-10-12 03:00:00


김정일은 치밀하게 계산했을 것이다. 핵실험으로 무엇을 얻을 수 있고, 무엇을 대가로 지불해야 하는지를. 손익 분석을 마친 김정일은 실험 실시의 명령을 하달했고, 명령은 즉각 실행됐다. 김정일의 손에 들린 손익계산서의 결론은 자명하다. 편익이 비용보다 크다. 어차피 그 비용도 자신이 아니라 인민이 지불한다.

김정일의 어깨너머로 그가 다시 한번 읽어 내려가는 손익계산서의 상세 명세를 함께 들여다보자.

‘득보다 실’ 깨닫게 해야

편익란에는 정치 군사 외교적 이익이 엄청나게 크다고 정리돼 있다. 끌려가는 6자회담은 끝내고, 주도권을 쥔 미-북 양자회담으로 몰고 갈 수 있다. 설령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바뀔 가능성은 없다고 하더라도, 다음 행정부는 사전에 대북정책을 준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까지의 북한 무시정책은 채택 불가능하고, 핵 국가인 북한과의 직접 협상은 불가피하다. 그것도 대등한 관계에서. 대내적으로도 ‘선군정치’의 선봉에 서 있는 군부를 고무시키는 효과도 있다.

비용란에는 ‘별것 아님’이라고 기술돼 있다. 핵실험을 했다고 해서 주변국이 할 수 있는 조치란 경제제재 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군사제재는 미국도 부담스럽고, 중국과 남한이 강력히 반대할 것이다. 경제제재를 한다고 해도 어차피 미국이나 일본과의 경제관계는 거의 없는 실정이니 상관없다. 남한도 미사일 발사 이후 정부 지원은 이미 중단한 상태이다. 경협은 완전히 중단하진 못할 테고, 중단한다고 해봐야 액수가 얼마 되지 않는다. 매달 개성에서 버는 돈은 50만 달러 수준이고 금강산 수입도 100만 달러 정도일 뿐이다. 연간 1억 달러에 이르는 남한 민간단체의 지원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줄어도 얼마 줄지 않는다.

중국은 자국의 이해로 볼 때 북한 경제 죽이기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 중국 정부가 민간업자의 변경무역을 전면 중단하긴 어렵고,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도 완전 중지하진 않을 것이다. 북한 경제의 파국은 중국이 결코 원하지 않는 시나리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엔의 외교적 결의에는 동참한다고 해도 북한 경제를 고사시키는 경제제재에 적극 참여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경제 상황은 어려워질 것이다. 그러나 제2의 ‘고난의 행군’으로까지 진행되진 않을 것이다. 10년 전에는 대홍수로 식량이 절대 부족해서 더 힘들었는데, 이제 농사는 풍족하진 않아도 아사자가 발생하는 실정이 아니다. 당시 식량 부족량은 200만 t이 넘었는데, 이제는 60만 t 정도에 불과하지 않은가. 공장도 그때와는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돌아가고 있다.

설령 ‘고난의 행군’이 다시 시작된다고 해도 인민은 견뎌 낼 수 있다. 언제 인민이 배불리 살아본 적이 있는가. 김일성 주석 시절부터 강조하는 ‘쌀밥에 고깃국’은 아직도 요원하다. 인민은 궁핍함에 익숙해져 있고, 이미 ‘고난의 행군’을 경험해 봤으므로 또 한번 겪는다고 해도 문제없다. 아무리 힘들어도 봉기 같은 것은 하지도 못한다. 더욱이 ‘고난의 행군’은 인민이 하지, 최고지도자가 하지는 않는다.

손익계산서의 마지막 장에는 부록이 달려 있다. 내용은 간결하다. “최악의 경우로 중국과 남조선이 경제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한다고 해도 오래가지는 못할 것. 공화국의 고립이 심화되고 경제난이 심각해지면 지원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 특히 그 과정에서 예상되는 남조선의 노선 갈등과 여론의 사분오열은 우리의 통일전선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다는 부수적인 효과도 보유.”

이젠 당근보다 채찍을 들때

김정일은 흐뭇한 표정으로 손익계산서를 내려놓는다.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벌써 남조선에선 햇볕정책이 실패한 거네 아니네 하면서 싸우기 시작했잖아. 역시 잘한 결정이야.’

그러나 과연 잘한 결정일까. 우리의 정책 방향은 분명하다. 결정이 잘못됐음을 인식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편익보다 비용을 크게 만들어야 한다.

우선 관련 당사국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갖춰야 한다. 국제사회의 여론과 거리가 있는 정책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미 오래전에 핵문제를 포함한 북한 문제는 남북 양자관계가 아니라 다자관계의 문제로 변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우리 민족끼리’ 혹은 ‘자주’와 같은 감상적인 차원에서 접근할 일이 아니다.

대북 포용정책도 재검토돼야 한다. 포용정책이 나름대로의 성과가 있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제는 환경이 바뀌었다. 남북관계가 미미하던 시절에는 물꼬를 트는 일이 중요했고, 당근 위주로 구성된 포용정책이 유용성을 지닐 수 있었다. 이제는 당근과 함께 채찍이 효과적으로 배합된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 물꼬를 트기 위한 정책에서 물길을 바로잡아 나가는 대북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조동호 한국개발연구원 북한경제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