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아무리 다르다케도… 일본어 조상은 한국어

입력 | 2006-08-25 03:00:00


“니가 아무리 싫다케도 나는 니가 좋다.”

여기서 ‘∼다케도’는 ‘∼한다고(라고) 해도’를 줄여 발음한 경상도 방언이다. ‘다케도’는 일본어에서도 같은 발음(だけど)과 뜻으로 쓰인다.

김용운(수학) 한양대 명예교수는 현대 일본어가 경상도 전라도의 방언과 비슷하다며 일본어가 한국어에서 유래됐다고 주장한다. 김 교수는 최근 발간한 저서 ‘일본어는 한국어다’(가나북스)에서 ‘다케도’처럼 현대 일본어에 남아 있는 경상도와 전라도 방언들을 소개한다. ‘∼(한다)니까’라는 뜻의 일본어 ‘∼닷케(∼だっけ)’와 ‘말씀드리다’는 뜻의 ‘모―시(申し)’는 전라도 방언의 ‘∼당께’와 ‘마시(말)’에서 각각 유래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7세기 이전까지 고대 한국어 발음이 일본어처럼 받침이 없고 모음이 단순해 형태가 흡사했다고 설명한다. 또 영남과 호남지역에서는 일본의 동해 인접 지역과 왕래하며 서로 의사소통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언어는 문화”라며 “일본어는 한국문화를 수용한 역사와 함께 발전했다”고 강조했다. 경상도에서 흔히 쓰는 방언인 ‘이바구(얘기)’가 일본어의 ‘이와쿠(いわく· 가라사대, 말씀하시기를)’로 변형된 예는 한국인이 쓰는 말을 고급어로 숭상한 그들의 역사가 담겨 있다는 설명이다.

일본 도쿄 태생인 김 교수는 양국 언어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자신이 체득한 경험과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문화적 의미를 부여하며 풀이한다. 더 구체적인 증거를 찾기 위해 한국 ‘삼국사기지리지’와 일본 ‘고지키(古事記)’ ‘만요슈(萬葉集)’ 등 고대문서의 고어를 참조했다.

김 교수는 “백제인이 일본으로 건너가 사찰을 지어주며 벽에 새긴 이두가 일본 ‘가나’ 문자의 원형이 됐다”며 “일본어는 말과 문자가 모두 고대 한국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어의 ‘∼때문에’가 일본어에서는 ‘∼타메니(∼爲に)’로 변형됐다거나 ‘구르다’와 탈것을 의미하는 ‘마’(‘가마’의 ‘마’)가 일본에 건너가 ‘바퀴 달린 끌 것’을 의미하는 ‘구루마(くるま)’가 됐다는 해석에서는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진다. 김 교수는 “지금 보면 전혀 닮지 않은 한국어와 일본어의 단어들도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한뿌리의 말이 상당수”라며 “고대 한국인이 일본 사회와 문화의 기틀을 마련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